골프도 삶도 특별한 버바 왓슨...결국에 기억되는 것은 ‘인격’[강혜원의 골프 디스커버리]
2021-07-06 11:36


PGA투어를 뛰고 있는 버바 왓슨은 통산 12승의 기록을 가지고 있는 선수다. 신기하게도 총 12승 중 같은 곳에서 여러 번 우승을 했다. 마스터스 2승,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3승, 트래블러스 3승이 바로 그 기록이다. 자신과 맞는 골프장, 좋은 기억을 가진 골프장에서는 슈퍼 파워를 발휘하는 모양새다. 워낙 마음도 여려서 우승할 때 눈물을 많이 보였다. 우승으로 인한 좋은 감정이 다시 긍정적인 에너지로 이어지는 듯 하다. 2주 전 열렸던 트래블러스 챔피언십에서도 비록 우승은 못했지만, 3라운드 내내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며 우승권에 이름을 올렸었다.

버바 왓슨은 여러 모로 특별한 선수다. 투어에 몇 명 없는 왼손잡이에다 프로에게 레슨을 받지 않고 스스로 골프를 배웠다는 점이 확 눈에 띈다. 버바는 어릴 때 집에서 플라스틱 공을 치면서 골프를 시작했다. 멀리 치기 위해서는 공을 세게 쳐야 했고, 그러려면 백스윙이 길어져야 한다는 것을 터득했다.

나무를 맞히고, 나무 밑으로 치기도 하고, 집을 넘겨 치기도 하고, 그러면서 공을 다루는 법을 배웠다. 자기 스스로 스윙을 만들었기에 정석 스윙과는 조금 다르지만, 그의 통산 승수가 말해주다시피 그는 자기 만의 스윙으로 여러 번 PGA투어를 우승한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선수다.

무엇보다 버바 왓슨은 티샷을 칠 때 엄청나게 휘는 슬라이스를 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언젠가 제이슨 데이가 어떻게 타겟 지점을 잡냐고 묻자 어느 정도 휘게 칠지 그냥 생각하고, 눈으로 그려보고, 그만큼 오른쪽을 본다고 한다. 그야말로 감으로 치는 선수다. 눈으로, 머릿속으로 샷을 그리고 공을 친다.

사실, 많은 아마추어들이 슬라이스 때문에 고생을 엄청 한다. 슬라이스를 고치려고 하지만, 사실 그게 쉬운 것이 아니다. 라운드를 나가면 슬라이스가 더 심해진다. 똑바로 치려고 하면, 더 부담이 되어서 실수가 나오기 일쑤다. 더 휘어지든지, 아니면 공이 클럽 스윗 스팟에 제대로 맞지 않든지 결과는 제각각이다. 그런 아마추어 분들에게 버바 왓슨 식으로 아예 왼쪽을 향해 서서 당당하게 슬라이스 스윙을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버바 왓슨은 플로리다의 작은 마을 펜사콜라에 산다. 아이 두명을 입양해서 키우고 있는데, 지역 사회 발전에 열심이다. 지역 야구팀 구단주이기도 하고, 골프 연습장을 운영하고, 아동 병원을 후원한다. 차를 판매하는 딜러십을 열고, 자신의 이름으로 캔디 가게도 냈다. 지역에 투자한 비즈니스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왓슨은 돈이 문제가 아니라 지역 사회가 더 발전하는데 도음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왓슨은 자신이 한동안 멘탈적으로 너무 힘들었다며, 죽을 것만 같았다고 공식 석상에서 말했다. 그는 주변 동료들이 심리적으로 힘든 상황을 겪었다고 하면 주저하지 않고 가서 같이 얘기를 나누려고 노력한다. 자신이 겪어본 고통이기에 돕고자 하는 마음에서다.

왓슨은 자신이 훌륭한 골프 선수일 뿐만 아니라 누군가를 도우려고 애썼던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원한다. 그에 대해 알아가는 것은 흥미롭기도 하지만 우리에게 다시 한번 인생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준다. 우리 모두 스트레스를 받으며 커리어에서 많은 것을 이루려고 하지만, 결국 기억되는 것은 인격 뿐일 테니....

KLPGA 프로 · PGA투어 한국콘텐츠 총괄



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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