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野거물 정치인에게 마이바흐 빌려줘’…지역주민 기억 속 ‘수산업자’
2021-07-08 17:05


‘가짜 수산업자’ 김모 씨가 국회에 세워 놓은 자신의 슈퍼카를 촬영한 모습. [김모 씨 카카오톡 캡처]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가짜 수산업자’ 김모(43·수감 중) 씨의 검찰·경찰·언론계 인사에 대한 로비 의혹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김씨가 야권 정치인에게도 외제 차량을 빌려줬다는 이야기를 경북 포항의 일부 지인에게 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8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김씨는 자신의 회사 직원들에게 지난해 10~12월께 ‘야권 거물 정치인 A씨에게 메르세데스 벤츠 마이바흐 S560을 원래 주려고 했는데, 마음을 바꿔 대여해 주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하고 다녔다고 한다. 그는 또 차량을 어딘가에 빌려주고 돌려받은 뒤에는 ‘차량에 흠집이 났다. 손해배상을 요구할까 생각 중’이라며 수리 청구비를 떼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짜 수산업자’ 김모 씨가 자신의 카카오톡에 올려놓은 국회 전경 사진. [김모 씨 카카오톡 캡처]

지인들은 김씨가 해당 정치인을 통해 정계로 진출하려는 심산이었던 것으로 이해했다. 김씨는 ‘나에게 돈이 있고 정치인이 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위험하게 한쪽에만 연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접근하려 한다’는 취지로 지인들에게 말을 했다고 한다.

김씨는 여야 전현직 인사를 가리지 않고 두루 선물을 보내면서도 카카오톡 사진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기해년(2019년) 새해 인사 글을 캡처해 올려두기도 했다.


‘가짜 수산업자’ 김모 씨가 자신의 카카오톡에 올려놓은 문재인 대통령의 기해년(2019년) 새해인사 문구. [김모 씨 카카오톡 캡처]

김씨는 또 포항 주민들에게 ‘나의 아버지가 선주’라며, ‘배를 여러 척 갖고 있다’고 말하고 다녔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 주변인들은 반신반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지인은 “김씨가 포항의 한 고교를 나왔고 그 정도 부자면 고교 동기들이 알 만한데, 해당 고교 동기들이 다들 김씨를 몰라 그때부터 뭔가 이상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자신에게 중요한 자리가 있을 때 자신이 보유한 슈퍼카를 보여 주기도 했다고 한다. 지난해 5월 하순 김씨가 한국3대3농구위원회(KXO)의 회장에 취임할 당시 행사장을 기억하는 한 참석자는 “그날도 주차장에 슈퍼카 5대를 갖다 놨더라. 이걸 왜 이 행사장까지 갖다 놨다 싶었다”고 말했다.

국회에 오고 갈 때에도 김씨는 자신의 슈퍼카를 가져 갔고 이를 사진으로 찍어 자신의 카카오톡 프로필에 올려놓기도 했다. KXO 선수들과 관련 행사 아나운서를 포항에 있는 자신의 슈퍼카 전시 공간에 초대하기도 했다.

주변인들에겐 자신의 인맥을 과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입건된 배모 총경에 대해서는 ‘한번 만날 자리를 마련해 주겠다’는 얘기를 지인들에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600만원대를 호가하는 시계를 배 총경에게 사 줬다고 주변인들에게 말하고 다녔다고 한다.

또 연예인과 만난다는 이야기도 주변에 하고 다녔다고 한다. 여자 연예인 B 씨와 여럿이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이 사람과 사귀고 있다. 이 사람 어머니도 만났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본지는 A씨에게 마이바흐 대여 여부와 관련된 입장을 수차례 문의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 김씨 측 변호인도 “사건과 관련한 어떠한 얘기도 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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