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LG폰만 쓴 ‘찐팬’도 “LG전자, 아이폰 팔아라”
2021-07-09 20:31


LG전자 베스트샵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LG전자가 애플 제품 파는 게 뭐가 문제입니까? 소비자 입장에서는 손해될 게 하나도 없습니다.”

“스마트폰 철수하자마자 아이폰 판매라니…LG는 기업 이미지 생각은 안 하나요?”

LG전자가 LG 베스트샵을 통한 애플 제품 판매를 두고 막판 고심 중이다. LG전자와 애플의 협력에 이동통신 유통점들이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 LG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앞서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LG베스트샵의 아이폰 판매가 지난 2018년 체결된 ‘이동통신 판매업 대·중소기업 상생협약’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자사 단말기 외에는 유통하지 않는다는 협약 내용 위반이라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에 애정 어린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던 ‘LG팬’들은 어떨까. 적게는 수년, 많게는 20년 가까이 LG폰만 고집해온 ‘찐팬’들을 인터뷰했다. 답변자 대다수는 LG전자의 유통망에서 애플 제품을 만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했다. LG전자와 애플의 협력으로 아이폰 제품 구매를 적극 고려하게 됐다는 소비자들도 있었다.

“모두에게 윈윈, 아이폰 팔아라”

답변자 A씨가 보유 중인 LG전자 스마트폰 [사진=독자 제공]

대부분의 답변자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인터뷰에 응한 7명 중 6명이 LG베스트샵의 애플 제품 판매를 환영했다. LG전자 철수 이후 삼성전자의 국내 스마트폰 시장 과점 심화가 분명한 상황에서, 애플 유통망 확대로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15년 넘게 LG폰을 사용해온 A씨(34)는 “애플 스토어가 많지 않아 소비자들이 직접 만져볼 기회가 없었다”며 “전국 LG베스트샵에서 애플 제품이 판매되면 더 많은 소비자들이 아이폰을 접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이어 “애플의 아이폰 유통망이 넓어져야 국내에서 삼성이 긴장할 것”이라 덧붙였다. 자급제 시장 확대를 위해 아이폰 판매처가 더 많아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자급제 스마트폰은 통신사 판매·대리점이 아닌, 온·오프라인 쇼핑몰 등을 통해 판매되는 휴대전화다.


LG전자 트윈타워

소비자 이익 뿐 아니라 LG전자의 스마트폰 관련 인력, LG계열사와 애플의 협력 관계 등을 고려해 판매에 찬성한다는 반응도 있었다. B씨(24)는 “매장 담당자, 부서 직원 등의 고용 안정이 우려된다”며 “간접적으로라도 스마트폰 관련 사업을 지속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폰 판매를 통해 LG전자 내부에서 스마트폰 사업에 종사하던 이들의 구조조정을 최소화하고 인력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C씨(49)는 “LG전자가 단순히 삼성을 막기 위해 아이폰을 파는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D씨는 “완제품 생산은 끝났지만 부품 생산과 타사 공급은 계속된다”며 “LG그룹의 휴대폰 관련 부품 판매 증대, 아이폰 판매를 통한 베스트샵 고객 증가 등 LG 전체에 이익이 되는데 안 할 이유가 없다”고 부연했다. 현재 LG 그룹 계열사 중 LG이노텍(카메라 모듈), LG디스플레이(OLED패널), LG화학(배터리) 등이 애플에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스마트폰 철수도 충격…철저히 기업 입장”

LG 윙

반대 의견도 있었다. D씨(20대)는 “LG전자 스마트폰 사업 철수만으로도 충격적이었는데 스마트폰 철수와 동시에 애플 제품을 판다니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가전, 노트북 등 다수의 B2C(기업-고객) 사업을 이어가는 LG전자로서, 곧바로 경쟁사 제품을 판매 하는 것이 기업 이미지에 좋지 않다는 지적이다. F씨는 “스마트폰 사업을 접으니 부품 판매를 위해 B2B 사업 위주로 전략을 짜는 것 같다”며 “결국 기업 간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된 것인데 LG팬으로서 소외 당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다음 스마트폰은? “아이폰 사겠다” vs “그래도 안드로이드”

애플 아이폰12

다음 스마트폰 브랜드로는 삼성전자 선택 비중이 높았다. LG전자와 동일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라는 점, 삼성페이와 서비스센터 등 편의성을 고려한 선택이다. 하지만 LG전자 베스트샵 판매로 아이폰 구매를 적극 고려하게 됐다는 답변도 있었다.

E씨(23)는 “베스트샵 판매로 국내에서 아이폰의 점유율이 높아지면 지도 서비스, 애플 페이 등 국내 아이폰 사용자가 누릴 수 있는 서비스 영역도 확장될 것”이라며 “아이폰 사용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E씨는 양사의 협력이 제품 판매를 넘어 소프트웨어 연동까지 나아가기를 기대 중이다. E씨는 “아이폰 판매를 계기로 LG전자의 인공지능 가전·모바일 플랫폼 띵큐(ThinQ)와 애플의 스마트홈 플랫폼 홈키트(Home Kit) 연동까지 이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A씨(32)는 “철수 소식 전해진 이후 몇 달간 갤럭시를 사용하다 최근 아이폰으로 바꿨다”며 “LG베스트샵에서 아이폰을 접할 수 있다면 계속 아이폰을 사용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park.jiyeong@heraldcorp.com



랭킹뉴스


COPYRIGHT ⓒ HERALD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