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중해 힘의 균형 뒤흔드는 독일제 잠수함, 왜?
2021-07-11 07:09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라이스급 잠수함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AP]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터키 해군의 승리이자 그리스에겐 골칫거리다.”

이는 터키가 첫 번째 라이스(Reis)급 잠수함 ‘피리 라이스(Piri Reis)’함을 이즈미트만에 위치한 ‘골쾩 조선사(Golcük Shipyard)’에서 건조에 성공한 것을 두고 영국의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내놓은 평가다.

터키 해군은 2027년까지 라이스급 잠수함 6척을 골쾩 조선사로부터 인도 받을 예정이다.

독일이 설계한 ‘214급’ 잠수함의 변형 버전인 라이스급 잠수함을 터키 해군이 갖게된 것을 두고 군사 전문가들은 동지중해에서 영유권과 가스전 탐사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터키와 그리스 간에 힘의 균형이 무너진 것이 아니냐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터키 라이스급 잠수함, 그리스 대잠 능력 무력화도 가능

터키는 지난 3월 진수한 피리 라이스함에 대한 실전 배치를 내년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두 번째 라이스급 잠수함인 ‘히지르 라이스(Hizir Reis)’함도 올해 중으로 진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라이스급 잠수함이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이유는 ‘공기불요추진체계(AIP)’를 탑재했기 때문이다.


터키 라이스급 잠수함의 모습. [NATO]

수소연료전지에 산소와 수소를 투입, 잠수함 내에서 전기와 물을 생산해 동력을 얻는 AIP 방식을 채용한 잠수함들의 최대 잠항 기간은 3주에 이른다. 길어야 2~3일에 불과한 전통적인 디젤 잠수함으로선 상대하기 힘든 수준이다.

AIP 탑재 잠수함은 소음 문제에서도 탁월하다. 이 부분만 떼놓고 본다면 핵추진잠수함보다도 낫다는 평가도 있다.

킬대학 안보정책연구소의 요하네스 피터스 연구원은 “터키와 그리스 간 충돌이 벌어지고 있는 해역이 수심이 얕고 섬이 많다는 점에서 라이스급 잠수함은 안성맞춤”이라고 평가했다.

엠마누엘 카라자니스 킹스칼리지 런던 연구원은 “터키의 라이스급 잠수함은 그리스의 대잠수함 전투 능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중거리 대함 미사일로 무장할 수 있다”며 “터키와 그리스 간의 해군력 균형을 완전히 재편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獨, 잠수함 판매로 금전적 이득·터키계 표심 두마리 토끼 잡아

서방 국가들은 터키가 지난 2019년 시리아를 상대로 군사 작전을 개시한데 이어 지난해 가스전 탐사를 둘러싸고 그리스와 일촉즉발의 군사적 대치를 벌인 뒤 터키에 대한 무기 수출을 막아왔다.

하지만, 독일만큼은 예외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독일 여당 기민(CDU)·기사(CSU) 연합은 야당인 사민당(SDU)과 녹색당 등이 제기한 터키에 대한 무기 수출 금지 제안을 거부했다.

이 같은 결정의 배경에는 금전적 요인도 크게 작용했다.


[IISS, 이코노미스트]

독일은 완성한 잠수함을 판매하거나 잠수함 기술을 이전하면서 약 35억달러(약 4조23억원) 규모의 이익을 거두고 있다. 이는 지난 10년간 독일이 거둔 무기 총 수출액 140억달러(약 16조90억원)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독일은 1960년대 이후 전 세계 17개국 해군에 120여대의 잠수함을 판매하며 글로벌 잠수함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일각에선 터키에 대한 독일의 잠수함 기술 판매가 중단되지 않았던 데는 국내 정치적 요소도 크게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300만명에 이르는 터키계 이민자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시넴 아다르 베를린 응용터키연구센터 연구원은 “독일에게 있어 터키와의 관계는 외교 정책일뿐만 아니라 당장 국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치적 문제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나토, ‘對 러시아 최전선’ 터키 해군력 증강할 수밖에

터키의 해군력 증강은 그리스에겐 재앙과 같지만, 나토 전체를 봤을 때는 불가피한 조치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서유럽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강화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움직임을 최전방에서 견제하고 있는 국가가 바로 나토 동맹국 중 하나인 터키이기 때문이다.


[로이터]

우크라이나로부터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후 흑해에서 나토군에 대한 군사적 압박 횟수와 강도를 높여가고 있는 러시아에 맞서기 위해선 흑해 지역의 맹주국 중 하나인 터키의 해군력을 키워 맞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나토 역시 회원국인 터키와 그리스 간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적극 중재에 나서고 있다. 올 들어 나토는 6차례 회담을 소집, 터키와 그리스 간의 군사 핫라인 개설을 주선했다.

이 덕분에 동지중해 가스전 탐사를 둘러싼 터키와 그리스의 협상은 올해 초 재개됐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키리아코스 미토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지난달 14일 나토 정상회의와 별도로 단독 정상회담을 갖기도 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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