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 중국 당국자들과 면담 후 상장 연기”
2021-07-13 10:01


짧은 동영상 공유 플랫폼 인기 열풍 속에 지난해 말 1800억달러 가치로 평가된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가 중국 당국의 압력으로 해외 상장을 연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틱톡 로고.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차량 공유 서비스 디디추싱(滴滴出行)이 미 증시 상장 직후 중국 당국의 압력으로 퇴출당한 가운데 짧은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TikTok)의 모회사 ‘바이트댄스’ 역시 중국 당국의 압력 속에 해외 상장을 연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당국이 디디추싱의 미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직후 디디추싱에 대한 조사를 시작으로 자국 기업들의 해외 상장 규제를 강화하기에 앞서 초대형 미 증시 상장 사례가 될 전망이던 바이트댄스 상장에도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말 1800억달러(206조2800억원) 가치로 평가된 바이트댄스는 중국 당국자들과의 면담 후 해외 상장을 연기했다.

바이트댄스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장이밍(张一鸣·38)은 3월 말 미국이나 홍콩 증시에 상장하려던 계획을 보류했다. 당시 결정은 중국 사이버안보 당국과의 면담 이후 내려진 것이었다고 이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이 전했다.

사이버안보 당국은 바이트댄스 앱들의 데이터보안 규정 준수에 대해 우려하면서 이 회사가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하고 저장하며 관리하는지 집중적으로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트댄스는 중국 본토용 짧은 동영상 공유 앱인 더우인(抖音)과 뉴스 추천 서비스인 진르터우탸오(今日頭條) 등을 통해 중국에서만 수억명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중국 정부의 우려를 접한 장 CEO는 정치적 환경을 이유로 들며 ‘지금은 기업공개(IPO)를 하기에 적절한 때가 아니다’고 판단했다고 소식통들은 밝혔다.

앞서 중국 당국은 디디추싱이 지난달 30일 뉴욕 증시에 상장하기 수주 전부터 IPO 연기와 함께 네트워크 보안에 대한 점검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미 유명 벤처캐피털 회사들로부터 수십억달러의 자금을 유치한 디디추싱이 투자자들로부터 ‘빨리 상장하라’는 압력을 받으면서 당국의 요구가 ‘명백한 명령’은 아니라고 판단, 상장을 강행해 화를 불렀다.

상장 직후인 3일 중국 당국은 디디추싱에 대한 인터넷 안보 조사를 실시해 주가가 폭락했고, 4일 스마트폰 앱 마켓에서 디디추싱 앱 삭제를 명령했다. 5일엔 윈만만(運滿滿), 훠처방(貨車幇), BOSS즈핀(直聘) 등의 자국 기업을 대상으로 디디추싱과 같은 인터넷 안보 조사를 실시했고 10일에는 회원 100만명 이상의 자국 인터넷 기업이 해외 증시에 상장하려면 국가안보 위해 요인은 없는지 사전 심사를 받도록 했다.

인구가 14억명에 달하는 중국에서 회원 100만명 이상이라는 기준은 해외 상장을 검토하는 거의 모든 기업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중국 기술기업의 해외 상장이 사실상 허가제로 바뀐 셈이다.

중국 당국은 방대한 데이터를 구축한 자국 기술기업이 해외 증시에 상장되면 민감한 데이터가 미국 등으로 유출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일단 바이트댄스는 적자 기업인 디디추싱과 달리 재정적으로 안정된 회사라는 점에서 IPO를 서두르지 않아도 큰 문제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바이트댄스가 지난달 회사 내부에 공지한 지난해 실적에 따르면 매출은 343억달러(약 39조3078억원), 매출총이익은 190억달러(21조7683억원)으로 집계됐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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