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색 얼굴 동양인→임신한 남성” 애플 이모티콘 왜 이러나
2021-07-19 14:42


‘동양인 비하 논란’이 일었던 노란색 얼굴의 이모티콘(왼쪽), '임신한 남성'을 표현한 이모티콘(오른쪽)[애플 iOS,이모지피디아 캡처]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노란색 얼굴 동양인, 임신한 남성 이모티콘까지 왜? 다양성 추구하려다…”

애플 운영체제(iOS) 등에 새로 적용될 이모티콘 최종 후보에 ‘임신한 남성’ 모습이 등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해서란 설명이지만 누리꾼들은 중심으로 비판이 거세다.

앞서 애플은 다양성 확보 차원에서 여러 인종을 고려한 이모티콘을 추가하는 과정에서 비슷한 논란을 겪었다. 황인종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이는 이모티콘 얼굴색이 유독 ‘노랗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인종차별’이란 비판을 받았다.

최근 유니코드 컨소시엄은 애플 등에 적용 될 ‘이모지 14.0’ 버전의 최종 후보들을 공개했다. 이모티콘 검색 사이트 이모지피디아(Emojipedia)를 통해 공개된 이모티콘들 중엔 ‘임신한 남성’이 등장해 화제의 중심에 섰다. 유니코드 컨소시엄은 PC와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에서 사용되는 문자 코드를 개발하고 관리하는 단체다.

해당 이모티콘은 얼굴색이 다른 여러 인종의 배가 불룩 나온 남성을 표현한다. 빨간 옷을 입은 채 콧수염이 있는 이모티콘은 ‘Pregnant Man(임신한 남성)’, 초록색 옷을 입은 모습은 ‘Pregnant Person(임신한 사람)’이란 설명이다.


최종 후보에 오른 이모티콘들. ‘임신한 남성’이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이모지피디아 홈페이지 캡처]

컨소시엄 측은 이와 관련, “트랜스젠더 남성과 그리고 여성도 남성도 아닌 사람도 임신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제작됐다”면서 “성별의 다양성, 중립성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이폰에 탑재될 이모티콘 최종 목록은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을 취합한 뒤 오는 9월 확정될 예정이다.

누리꾼들은 “남성이 임신을 어떻게 하냐” “보기 거북하다” “맥주를 많이 마셔 배가 나온 남자”라며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취지” “세상이 한 발짝 나아간 것”이라며 옹호하는 의견도 나온다.

애플은 지난 2015년, 이모티콘을 공개하면서 다양성을 추구하려다 비슷한 논란을 겪은 바 있다. 당시 애플은 모바일 운영체제인 iOS 8.3버전에 추가할 300여개의 이모티콘을 공개했다. 새 이모티콘에 포함된 얼굴표정은 다양한 인종을 고려해 6가지 피부색으로 제작됐다.


2015년 애플이 공개한 iOS 8.3 베타버전 이모티콘. 가장 왼쪽에 위치한 노란색 얼굴 이모티콘이 황인종으로 간주되면서, ‘얼굴색이 지나치게 노랗다’는 인종비하 논란이 일었다.[애플 iOS 캡처]

문제는 황인종으로 추정되는 노란색 얼굴 이모티콘이 다른 이모티콘과 비교해 유난히 노랗게 강조된 점이었다.

중국을 중심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아시아인 비하다” “충격적일 정도로 노랗다” 등 반응을 보였다. 이모티콘에 인종 다양성을 추구하려다 오히려 인종차별 논란으로 역풍을 맞은 것이다.

당시 애플 측은 “우리 이모티콘 캐릭터는 세계 모든 문자를 일관되게 표현하도록 제정하는 유니코드 협회 표준을 반영한 것”이라며 “(애플 이모티콘은) 중립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국내 이모티콘도 예외는 아니다. 카카오도 여성혐오, 남성혐오 등 젠더이슈 논란에 휩싸여 해당 이모티콘이 판매 중단된 바 있다.

카카오는 지난 3월 ‘ㅗㅜㅑ’라는 표현이 사용된 ‘스웨그한 옥쨩의 SNS티콘’의 판매를 중단했다. ‘ㅗㅜㅑ’는 감탄사 ‘오우야’에서 모음을 따온 인터넷 신조어로, SNS상에서 주로 여성의 모습을 두고 감탄하는 표현으로 사용됐다는 점에서 ‘여성혐오’표현이란 지적을 받았다.


‘허버허버’라는 문구가 사용돼 판매가 중단된 이모티콘[카카오톡 캡처]

카카오 측은 “특정 젠더와 관련된 민감한 단어로 이용자들에게 불쾌감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라며 “작가와의 협의를 통해 상품 판매를 종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카카오 이모티콘 ‘허버허버’ 관련 이모티콘 4종류도 판매가 중지됐다. ‘허버허버’는 음식을 급하게 먹는 모습을 나타낸 인터넷 신조어로 여성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남성혐오 표현으로 사용됐다. 이를 이유로 ‘남성혐오’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카카오 측은 “언어의 시대상을 반영하여 작가 혹은 제작사와의 협의를 통해 해당 상품의 판매 종료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dingd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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