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폰(비밀) 어디 가고…” 삼성 야심작 어쩌다 전부 유출?
2021-07-19 18:42


앞서 지난 1월 개최된 갤럭시 언팩 행사에서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이 갤럭시S21을 공개하는 모습. [삼성전자]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예전에는 ‘도시락폰(가짜 디자인 폰)’까지 쓰며 철통 보안 지켰는데…삼성 신제품, 언팩(공개행사) 날짜까지 줄줄 새게 된 까닭은?”

삼성전자가 신제품 정보 유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다음달로 예정된 갤럭시 언팩(공개행사)의 초대장 이미지가 유출되며 정확한 날짜와 시간까지 다 공개됐다. 앞서 신형 스마트폰 렌더링 이미지까지 모두 유출된 상황이어서 정식화만 남은 꼴이다. 일각에선 “이미 다 나와 볼 게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그 중심에는 IT팁스터(정보유출자)가 있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정보 유출은 시장 기대감을 높이는 홍보 효과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유출 정도가 과해지면서, 오히려 소비자들의 흥미를 반감시키고 있다.


2012년 출시된 갤럭시S3 [삼성전자]

▶‘갤럭시S3’ 땐 가짜 디자인까지 활용…‘철저한 보안주의’

8년 전인 2012년 ‘갤럭시S3’가 출시될 때만 해도 삼성의 언팩행사는 말 그대로 ‘최초 공개’였다. 2000여명이 넘는 사람이 현장에 참석하고, 행사 당일 223만명이 생방송을 시청할 정도로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흥행의 비결은 바로 철통같은 ‘비밀주의’였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신제품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극히 드물었다. 개발자들도 보안 유지를 위해 철저한 교육을 받았다. 일부 내용을 들으려면 ‘비밀서약서’를 써야만 했다.

디자인 유출을 막기 위해 일명 ‘도시락폰’이라 불린 가짜 디자인 폰도 활용됐다. 기존 모델의 외형이나 도시락통을 닮은 사각 상자에 내부를 구성한 휴대폰이다. 이동통신사 망연동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유출을 막기 위해서였다.

이외에도 사진을 찍으면 특정한 번호가 나타나도록 해 유출자를 파악하도록 하는 ‘특수 시약’도 활용됐다. 삼성전자는 유출 위험을 막기 위해 자체적으로 망연동이 가능한 기술도 도입했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철통 보안을 유지했던 이유는 경쟁사의 베끼기 때문이었다. 스마트폰 초창기에는 LG전자, 팬택 등 다양한 제조사가 디자인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유명 IT팁스터(정보유출자) 에반 블래스 트위터

▶‘IT 팁스터’의 등장…홍보 효과 넘어 과해진 유출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뒤집어졌다. 직원 규모가 전세계적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액세서리 제조사, 부품 협력사, 이동통신사 등 관계사도 많아지면서 보안 유지가 어려워졌다.

특히, IT팁스터의 역할이 2017년 경부터 활발해졌다. 이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사내 정보원으로부터 정보를 받아 트위터 등 SNS에 올리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키워갔다.

사실 팁스터를 통한 정보 유출은 초반에는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키우는 일종의 홍보 역할도 톡톡히 했다. 유출 수위를 알맞게 조절될 경우 시장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마케팅 효과가 극대화됐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디자인 유출에 대해 제조사의 치밀한 전략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8월 11일 공개 예정인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Z폴드3’ 추정기기 렌더링 영상 [에반 블래스 트위터(@evleaks) 캡처]

그러나 최근엔 유출 수위가 선을 넘으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신제품 디자인은 물론 구체적인 스펙, 새로운 기능, 언팩 행사 날짜와 시간까지 ‘통째로’ 팁스터를 통해 선공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전에 정보가 모두 공개되면 신제품 및 언팩 행사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져 초기 흥행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상황이 악화되자 삼성전자, 애플 등은 법적 대응까지 불사하겠다며 강경 조치를 예고한 상황이다. 그러나 에반 블래스 등 일부 팁스터는 아랑곳하지 않고 신제품 렌더링 이미지를 대거 올려,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오는 8월 11일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전자 갤럭시 언팩행사 관련 이미지 [에반 블래스 트위터(@evleaks) 캡처]

한편, 삼성전자는 오는 8월 11일 갤럭시Z폴드3 등 신제품을 공개하는 ‘갤럭시 언팩 행사’를 개최할 전망이다.

아직 정식 초대장이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앞서 18일(현지시간) 에반 블래스는 자신의 트위터에 언팩 초대장으로 추정되는 이미지를 공개했다. 해당 이미지에는 모스크바 시간으로 오후 5시에 열릴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한국 시간으로는 오후 11시다.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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