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의 현장에서] “펀드자금 맡아줄 수탁은행 찾습니다”
2021-08-03 11:28


라임·옵티머스 사태로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곤란을 겪고 있다. 관련 운용사뿐 아니라 판매창구인 증권사, 더불어 수탁사인 시중은행까지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은행들이 새로운 펀드자금을 맡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이 수탁을 거부하는 사모펀드는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을 주식·채권 등에 운용하는 펀드다. 자본시장법상 50인 미만의 특정한 소수로부터 자금을 모아 운용하는 펀드를 말한다.

이런 어려움은 중소형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더욱 크게 겪고 있다. 라임·옵티머스 사태 이전까지 은행들은 펀드 규모와 상관없이 수백만원대의 소소한 수수료를 받고 수탁업무를 맡았다. 하지만 최근 수탁업무를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에 관련 업무를 아예 거부하거나 맡더라도 펀드 규모에 따라 최대 15베이시스포인트(0.01%=1bp)까지 수수료를 받는다고 전해졌다. 이마저도 투자기관(LP)이 국민연금과 같은 자본시장의 큰손을 낀 운용사에 한정된다. 알려지지 않은 기관의 자금을 받거나 운용사가 중소 규모 혹은 신생이라면 이마저도 기회가 없다. 한 중소형 운용사 임원은 “투자 진행에서 수탁업무를 맡아줄 시중 은행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며 “하다못해 시중 은행과 관련된 모든 인맥을 동원해 수탁은행을 찾아나서고 있어 다른 업무에 신경을 못 쓸 정도”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중소형 운용사는 가까스로 시중은행이 수탁업무를 맡아주겠다고 했으나 수개월 대기를 해야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이에 펀드 조성과 투자처까지 완료됐으나 돈을 맡아줄 은행이 없어 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불만이 시장에 팽배하다. 투자기관들에 수탁업무 대기 탓에 자금을 수개월 뒤에 넣어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설사 투자기관들이 양해해준다 하더라도 자금수혈이 급한 피투자회사로서는 수개월을 기다리느니 차라리 다른 곳의 투자를 받는 게 낫다. 장시간 공들인 딜들이 깨지기 다반사인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자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이같은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고민하기에 이르고 있다. 펀드는 투자신탁(신탁형)과 투자회사(회사형)로 나뉘는데 신탁형 펀드가 아닌 회사형 펀드는 수탁은행이 필요 없다. 하지만 회사형 펀드는 기관들의 투자 지분이 일정 수준을 넘기면 자회사로 편입된다는 부담이 있다. 이에 일부 운용사는 회사형 펀드로 투자를 추진하던 도중 기관들의 거부로 딜이 무산된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라임·옵티머스 사태로 수탁업무를 담당한 시중은행과 판매사의 법적 다툼이 이어지고 있다. 시중은행이 단순히 사모펀드의 투자금을 넣어줄 계좌를 통해 수수료만을 추구하다 결국 관리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고, 이에 지리멸렬한 장기전이 펼쳐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애꿎은 중소형 사모펀드 운용사만 유탄을 맞고 있다. 하루빨리 명확한 책임에 대한 결과를 도출하고, 수탁업무의 정상화가 이뤄져야 할 시기다. 건전한 사모펀드시장의 투자활성화를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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