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투자의 시대...투기의 시대
2021-08-05 11:36


‘투자’와 ‘투기’. 두 단어는 자산을 증식하고자 하는 욕구에서 비롯되는 행위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거듭되는 논쟁에도 두 영역을 명확히 구분하는 정의는 없다. 투자는 옳고, 투기는 그르다의 감정적인 구분만이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해 ‘내가 하면 투자요, 남이 하면 투기’다.

정답이 없는 화두다. 그럼에도 유사 이래 가장 강한 강도로 전 국민이 자산 증식에 ‘올인’하는 이 시점, 나름의 투자철학을 세우는 과정은 반드시 선결돼야 할 것 같다. 전 세계 금융시장이 곧 도래할 긴축에 긴장하는 이때가 투자와 투기의 아슬아슬한 줄타기의 갈림길이기 때문이다.

두 행위는 최근 절정으로 치닫는 공모주 투자에서 묘하게 접점을 이룬다. 옅은 공동지대를 두고 한 끗 차이로 투자와 투기가 갈린다. 당장 수익률 계산에서도 두 개의 시선이 교차한다. 공모주 수익률을 평가할 때 청약한 공모가 대비 상장 이후 시세를 비교한 셈법과 상장 첫날 시초가를 기준으로 계산한 수치가 혼재돼 사용된다. 개인적으로 전자를 투자의 마인드, 후자를 투기적 마인드가 반영된 행위로 평가하고 싶다. 공모주 투자는 공개하는 기업의 주주가 되는 행위이지, 상장하면 당연히 주가가 올라 고수익을 안겨주는 투자의 안전판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상 신드롬’은 투기적 마인드가 절정에 달한 대표 사례다. 언제부터인가, 공모주 대어(大魚)의 투자에 ‘따상’이 자연스럽게 언급된다. ‘따상’은 공모가의 2배에 시초가를 형성한 뒤 상한가에 도달하는 시세를 일컫는 말이다. ‘따상’이 달성되면 공모주 투자만으로도 160%의 수익이 단번에 확보된다. 청약의 번거로움만으로 불과 며칠 만에 연간 정기예금 이자의 수십배에 달하는 수익이 달성되는 것은 분명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더 나아가 단기간에 고수익을 얻으려는 투기적 심리는 기업을 공개하는 기업들의 탐욕을 부른다. 이름값만으로 투자금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니, 기업들은 최대한 공모가를 높게 책정하려 한다. 최근 불거진 공모가 책정 논란도 기저에는 시장의 투기적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결코 부인하기 힘들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공모주 투자는 비상장 기업의 증시 입성에 주주로 참여하는 행위다. 기업을 공개하는 대가로 모인 투자금이 더 나은 미래를 열어가기 위한 디딤돌이 되도록 주주 명부에 이름을 올리는 과정이다. 이런 면에서 단타가 성행하는 현재의 공모주시장을 비난할 수만은 없겠지만 분명 기업공개의 본질적 취지와 거리가 먼 것은 분명하다.

공모주 대어로 평가받던 크래프톤의 청약이 예상보다 부진한 결과로 마무리됐다. 공모주 투자 열기가 정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고개를 든다. 하지만 고수익이 당연한 투자는 어디에도 없다. 올해 새 역사를 써나가고 있는 공모주시장에 바람직한 투자문화의 정립이 절실한 시점이다. 기업의 성장을 함께하는 주주가 투자의 과실을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 오는 8일은 카카오뱅크의 상장일이다. 벌써 ‘따상’의 가능성을 점치는 분석이 봇물을 이룬다. 여전히 투기적 마인드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부디 투기가 아닌 투자의 매매행위가 주가에 반영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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