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없는 카카오 ‘수금 본색’…“이제 시작일 뿐?”
2021-08-08 18:48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카카오가 다음달부터 카카오T 전기자전거 이용요금을 인상하기로 했다. 앞서 택시 스마트 호출 요금을 인상한 지 불과 일주일도 채 안 돼 나온 요금제 변경이다.

연이은 가격 인상에 카카오를 향한 시선이 곱지 않다. 일각에서는 본격적인 ‘수금’이 시작됐다고 지적한다. 플랫폼을 기반으로 시장을 장악한 뒤 충분한 이용자수를 확보하면 요금을 인상해 수익을 개선한다는 것이다. 특히 카카오는 최근 미용실, 대리운전 등 다양한 시장에 진출하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어 향후 ‘브레이크 없는’ 가격 인상이 계속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운영 중인 전기자전거 '카카오T 바이크' [카카오모빌리티]

8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9월 6일부터 카카오T 바이크 요금제를 변경하기로 했다. 15분 기본요금을 없애고, 분당 추가 요금을 현행 100원에서 140~150원으로 올리는 것이 골자다.

이번 개편으로 경기 성남, 하남 등의 카카오T 바이크 이용자는 1시간 이용시 지금보다 3000원을 더 부과하게 됐다.

기존에는 기본요금 1500원(15분 기준)에 이후 분당 100원을 부과해 1시간 이용시 6000원을 지불해야 했다. 그러나 9월 6일부터는 기본요금 200원(0분)에 분당 150원이 적용돼 9000원을 내야 한다.

카카오 측은 단거리를 주로 이용하는 고객을 위한 개편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고객의 이용 형태가 다변화하면서 중거리 고객뿐만 아니라 단거리 고객도 많아졌다”며 “최근 3개월 동안 서울 송파구, 울산, 인천 서구, 전주 등에서 단거리 이용 패턴과 관련한 시범 테스트를 한 결과 서비스가 활성화한 것으로 나타나 이를 전체 요금제에 반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용자 입장에서는 10분만 타더라도 가격이 높아지는 것이기 때문에 불만이 크다. 10분 이용시 기존에는 1500원만 내면 됐지만, 앞으로는 1700원을 내야 한다.


카카오택시 [카카오모빌리티 제공]

특히 이번 전기자전거 요금제 변경은 카카오택시 스마트호출 요금 인상에 이은 가격 변경이어서 더욱 반발이 크다.

앞서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2일부터 택시 ‘스마트호출’ 서비스 요금을 기존 1000원에서 ‘0원~5000원’ 사이의 탄력 요금제로 바꿨다. 그러나 호출비가 일방적으로 책정되기 때문에 사실상 가격 인상이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이같은 카카오의 ‘가격 인상 행렬’을 막기는 어려워 보인다. 카카오의 관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택시호출 시장의 경우 ‘카카오T’ 앱의 시장 점유율이 약 80%로, 사실상 독점 상태다. 업계는 이러한 카카오가 시장 내 플랫폼 지위를 바탕으로 전반적인 요금 인상에 나서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카카오는 최근 대리운전, 영어교육, 미용실, 퀵 서비스, 스크린골프 등 다양한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카카오 없이는 일상생활이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카카오 계열사가 운영 중인 카카오헤어샵 [카카오헤어샵 홈페이지 갈무리]

이달 초 카카오모빌리티는 대리운전업계 1위인 ‘1577 대리운전’ 서비스를 넘겨받고 전화 호출 시장에도 진입했다. 6월에는 카카오T 앱에 퀵 서비스를 추가해 한달만에 기사 10만명을 모집했다. 2019년에는 영어교육 전문기업 ‘야나두’를 흡수합병했고, 카카오헤어샵을 운영하고 있는 카카오 계열사 ‘하시스’는 헤어샵 고객관리 솔루션 시장의 약 7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카카오는 최근 3개월간 13개의 계열사를 늘렸다. 7월 기준 계열사가 118개에 달한다. 국내 그룹 중 SK 그룹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이같은 ‘문어발’식 사업확장에 골목창권 침해 논란도 커지고 있다. 특히 다양한 시장에서 카카오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이번 전기자전거, 택시 요금 인상과 같은 가격 인상 릴레이를 저지하기 어렵게 될 거란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플랫폼 강자 지위를 굳히면서 각종 영역에서 필수불가결한 존재가 돼가고 있다”며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대체제가 없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가격 인상에 굴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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