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시각] 지역주택조합 사업 닮은 사전청약
2021-08-11 11:40


정부가 3기 신도시 1차 ‘사전청약’에 사람들이 대거 몰리자 사전청약을 확대하려고 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11일 열린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민영주택과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등이 포함된) 2·4대책 공급물량 등에 대해서도 사전청약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달 중 확정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 민영주택에 사전청약을 도입하겠다는 건 당혹스럽다. 착공단계에서 분양하는 ‘선분양’도 주택건설업자에 짓지도 않은 주택을 팔도록 허용하는 특혜성 대책으로 폐지해야 한다던 문재인 정부다.

선분양제는 분양가와 입주시점 시장가격 간 차익을 노리는 투기적 가수요를 유발한다는 비판을 받는 제도다. 부동산 경기 사이클과 실제 주택 공급(준공) 시점의 격차가 발생해, ‘수급의 왜곡’을 심화시키는 제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선분양보다 1~3년 먼저 분양하는 사전청약은 이런 선분양제의 폐해가 더 왜곡된 형태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사전청약 대부분 물량은 토지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분양한다. 지난달 시작한 3기 신도시 1차 사전청약도 토지보상을 모두 마치지 않고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사전청약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도심은 차원이 완전히 다르다. 토지주들이 훨씬 더 많고, 대부분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사전청약’을 놓고 한 전문가는 “지역주택조합이 조합원을 모집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일갈했다. 토지를 확보하지 못한 채로 사업을 진행한다는 차원에서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여러 사람들이 모여 직접 땅을 사고, 시공사를 선정해 집을 짓는 일종의 ‘공동구매’제도다. 지역주택조합 사업도 초기엔 속도가 난다. 기본적으로 집을 지을 대상 토지의 50% 이상 확보해야 조합원을 모집할 수 있다. 조합원 모집은 ‘사전청약’과 비슷하다. 집을 짓기도 전에 지을 집을 가질 권리를 가진다는 의미에서다.

80% 이상 토지 사용 동의서를 받으면 조합설립인가를 받게 된다. 이 단계까진 대부분 도달한다. 어느 곳이든 개발을 원하는 토지주와 저렴하게 분양을 받고 싶은 주민들이 있어서다. 문제는 이 이후부터다. 단 5% 토지를 추가 확보하는 데 수년씩 걸린다. 보상비를 높여달라며 버티는 토지주, ‘알박기’를 하는 사람도 나타난다. 이미 토지 사용 동의서를 냈던 다른 토지주도 주변 상황에 흔들린다. 결국 착공을 위해 필요한 95% 토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5년·10년 이상 끌다가 대부분 좌초된다.

정부가 사전청약을 확대하겠다는 지역 상황은 어떤가.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후보지 중엔 후보지 지정을 철회하기 위해 토지주 서명을 받고 있는 곳이 많다. 예컨대 지난 6일 서울 강북구 미아역 동측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후보지 주민은 후보지 선정 철회를 공식 요청했다. 지난해 8·4대책을 발표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성과는 미미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토지 소유주들이 반대가 가장 큰 이유다. 그런데 정부는 이런 지역에서 사정청약을 계속 확대하겠다고 한다. 이게 제대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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