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투어 11년차 체슨 해들리...홀인원이 만들어낸 ‘출전 기회’ [강혜원의 골프 디스커버리]
2021-08-17 11:40


PGA투어 11년 차, 체슨 해들리는 잘 알려지지 않은 선수다. 이렇다 할 성적을 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PGA투어 승수는 1승 뿐이고, 올시즌 탑10에 든 건 겨우 1번, 예선을 14번이나 떨어지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유일한 탑10 기록도 그에게 좋은 추억이 아니라 쓰디쓴 기억이다.

지난 6월, 체슨 해들리는 팔메토 챔피언십에서 마지막날 4타 차 선두로 우승 사냥에 나섰다. 다 잡은 것만 같았던 우승 기회. 그러나 그는 마지막 세홀에서 연달아 보기를 기록하며 1타 차로 게릭 히고에게 우승을 내줬다. 그 주 내내 그의 가장 큰 강점이었던 퍼트는 마지막 세홀에서, 그가 가장 필요한 순간 번번이 홀컵을 빗나갔다.

그만큼 PGA투어 우승은 어렵고 가치가 있다. 잠시 주춤하고, 실수하면 다른 선수들이 치고 올라온다. 우승은 돈과 명예가 주어지지만, 무엇보다 더 많은 대회 출전 기회가 주어진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2년간 투어 자격 유지와 함께 더 자유롭게 공격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마음을 허락한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다음 주 시작되는 PGA투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가 선수들에게는 너무도 중요하다. 페덱스컵 플레이오프는 페덱스컵 상위 랭킹 125위 만이 출전 가능하다. 그 125명에게 다음시즌 출전권이 주어진다. 세개의 대회로 펼쳐지는 플레이오프는 대회가 거듭될수록 출전가능 선수가 줄어든다. 그리고, 높이 올라갈수록 다음 시즌 대회의 출전 기회는 더 커진다..

어제 끝난 윈덤 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에서 헤들리는 8언더파 62타를 쳤다. 데일리 베스트다. 16번홀에서는 홀인원을 하고, 어린애처럼 마구 소리를 지르며 펄쩍 점프를 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홀인원 얘기를 하며 울먹였다. 그는 “올해 정말 힘든 한 해를 보냈어요. 제가 34살이고, 프로가 된지 11년이 됐는데, 제 생애 첫 홀인원이에요. 이런 좋은 일이 생겨서 너무 특별해요”라고 말했다. 그의 짧은 인터뷰 속에서 프로 골퍼의 고단함과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난 그냥 재미로 대회를 뛰는게 아니에요. 이건 제 직업이고, 전 제 일을 정말 사랑해요.”

2018 페덱스컵 챔피언 저스틴 로즈가 마지막홀에서 1.6m 퍼트를 놓치면서, 해들리는 125위가 되어 플레이오프 진출이 가능해졌다. 자칫 하면 잃을 수도 있었던 다음 시즌 출전권도 확보했다. 로즈는 그 퍼트를 놓치면서 126위로 다음 대회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

해들리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그를 펄쩍 뛰게 만들었던 홀인원은 그에게 다음 시즌을 뛸 수 있도록 해주었다. 잘 알려지지 않은 무명의 선수들에게도 골프팬들이 많은 박수를 쳐주었으면 좋겠다. 그들은 오늘도 이를 악물고,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죽을 힘을 다해 뛰고 있다. 우리처럼....

〈KLPGA 프로 · PGA투어 한국콘텐츠 총괄〉



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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