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시각]코로나 치료제에 거는 기대
2021-08-19 11:30


신종 플루(H1N1)는 2009년 발병 첫해 CDC(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추산 최대 57만명 이상의 사망자를 냈다. 전 세계적으로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공포에 휩싸였고, WHO(세계보건기구)는 매일 확진자와 사망자를 발표했다.

하지만 1년도 안 돼 신종 플루는 단순 독감으로 간주됐다. 5일간 하루 캡슐 1개씩 2번만 먹으면 증상을 완화시키는 치료제 ‘타미플루(Tamiflu)’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영국 의학전문지 ‘The Lancet Respiratory Medicine’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타미플루는 2009년 성인 환자 사망률을 최대 25% 줄였다.

만약 타미플루라는 치료제가 나오지 않았다면 당시 신종 플루 팬데믹이 장기화됐을 가능성이 크다. 백신에 의존한 예방 효과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중증 환자 관리 및 사망자 감소를 위해서는 치료제가 필수다. 매년 겨울철 유행하는 독감에 걸려도 수많은 환자가 치료제 덕분에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고 있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타미플루와 같은 치료제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돌파 감염(백신 접종 완료 뒤 14일 이후 확진 판정)’ 추정 사례가 늘고 있어 치료제가 해결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국내 돌파 감염 추정 사례는 누적 2111명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5일 기준 누적 집계치는 1540명에서 일주일(8월 6∼12일) 새 571명이나 늘어났다. 백신 효과로 실외 마스크 해제를 선언한 미국도 최근 델타 변이 확산에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를 내년 1월까지 연장했다.

이런 가운데 WHO는 말라리아, 암, 면역 체계 등 기존 질병에 사용되는 약물이 코로나19 치료제로 적합한지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말라리아 치료제인 ‘알테수네이트(Artesunate)’, 특정 유형의 암을 치료하는 데 사용되는 ‘이매티닙(Imatinib)’, 면역 체계 질병 치료에 사용되는 ‘인플릭시맵(Infliximab)’ 등 약물 3가지다.

신약 중에서는 머크가 임상 3상 진행 중인 ‘몰누피라비르’가 주목받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미 몰누피라비르의 가능성을 보고 12억달러(약 1조4000억원)를 들여 170만개에 대한 선구매계약을 했다.

코로나19 치료제에 실마리가 될 연구들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신의철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 연구팀은 독감 환자와는 달리, 코로나19 환자에게서만 나타나는 ‘비정형 자연살해’ 세포를 발견했다. 자연살해 세포(NK세포)는 항바이러스 선천 면역 반응을 담당한다. 코로나19 감염 시 바이러스를 없애는 기능의 세포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임가람 KAIST 박사 연구원은 “다른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에서는 보이지 않는 자연살해 세포 변화는 중증 환자에서 선제적인 치료를 시작하는 임상 근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때 ‘포스트 코로나(코로나 이후)’를 외쳤지만 현재는 ‘위드 코로나(코로나와 공존)’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를 위해서는 백신과 함께 치료제가 필수로 양립해야 한다. 두 축이 코로나 공존의 전제 조건이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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