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심전도에 체성분·혈당 체크까지...손목 위의 주치의 [헤럴드 뷰-진화하는 스마트워치]
2021-08-20 11:44


애플워치6의 센서 [애플 제공]


스마트워치의 진화가 눈부시다. 액세서리나 스마트폰의 보조 기기를 넘어, 디지털 헬스케어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개인화된 의료 서비스를 위해서는 상시적으로 측정되는 신체 데이터가 필요하다. 스마트워치는 작고 가벼워 일상적으로 착용 가능한 데다, 스마트폰과 연동해 기록·모니터링하기도 용이하다. 매일매일 생체 신호를 수집할 최적의 기기인 셈이다.

스마트워치 제조사의 기술 경쟁도 치열하다. 가히 ‘손목 위의 전쟁’이다. 애플, 삼성전자 등 스마트워치 강자들은 매년 더욱 강화된 건강 관리 기능을 내놓고 있다. 혈압, 심전도는 물론 손가락 2개로 체성분까지 측정한다. 혈당 측정이 가능한 스마트워치가 나올 시점도 멀지 않았다.

시장조사업체 마켓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워치 시장 규모는 약 5조 4038억(48억 달러)에 달했다. 마켓데이터는 스마트워치 시장이 매년 18.3%가량 성장, 오는 2025년에는 약 142조 6354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손목 위의 ‘비서’에서 ‘주치의’로=갤럭시 기어와 애플워치 1세대 출시 때만 해도 스마트워치는 손목 위의 ‘비서’로 통했다. 메일이나 메시지를 확인해 업무 효율성을 돕는 보조 액세서리로 여겨졌다.

패러다임을 바꾼 것은 2016년에 출시된 ‘애플워치2’였다. 50m 방수 기능과 걷기·운동·서기 등을 감지할 수 있는 ‘활동 앱’이 탑재됐다. 이듬해에는 피트니스 기구를 사용해 운동한 결과를 애플워치에 연동하는 짐킷(Gymkit) 앱이 나왔다. 손목시계라는 액세서리에서 운동량을 측정·기록하는 피트니스 도구로 변모했다.

2018년 출시된 애플워치4는 건강 관리 도구로서 스마트워치의 신호탄을 알린 제품이다. 가속도계를 활용한 추락·낙상 사고 감지 기능, 심전계(ECG) 기능이 탑재됐다. 애플워치4는 사용자의 움직임에서 이상을 감지해 알림을 보낸다. 60초간 움직임이 없으면 자동으로 긴급 구조를 요청하고 비상 연락망에 위치 정보를 포함한 메시지를 전송한다. “애플워치 덕에 목숨을 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심심치 않게 나오기 시작한 것도 이 즈음부터다. 심전도 센서는 심장의 전기 신호를 추적한다. 심장 박동의 정상적인 리듬과 불규칙한 리듬을 판결해 부정맥 징후를 판별한다.

애플워치의 성공에 고무된 삼성전자 또한 기존의 ‘기어’ 대신 ‘워치’로 리브랜딩했다. 2018년 출시된 갤럭시워치부터 ▷스트레스 ▷수면 시간 ▷운동량 측정 등 신체 신호 감지와 건강 관리, 피트니스 기능을 대폭 확대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스마트워치의 혈중 산소 포화도(혈액 산소농도) 측정 기능이 재조명되기도 했다. 미국 워싱턴대학교 의과대학 연구진에 따르면 산소 포화도가 낮은 코로나19 환자들은 사망확률이 정상 수치 환자들에 비해 1.8~4배 더 높았다. 연구진은 산소 포화도가 92% 미만이 되지 않도록 모니터링할 것을 권고했다. 산소포화도 측정이 가능한 스마트워치로는 ▷갤럭시워치3 ▷애플워치6 ▷핏빗(Fitbit) 차지4 ▷가민(Garmin) 피닉스 5X 플러스 등이 있다.

지난 해에는 삼성전자 ‘헬스 모니터’ 애플리케이션(앱)의 혈압과 심전도 측정 기능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소프트웨어 의료 기기’로 허가받기도 했다.

▶갤럭시워치4 체성분 측정...다음은 혈당 측정=삼성전자가 지난 11일 선보인 ‘갤럭시워치4’는 건강 관리 기능이 더욱 업그레이드됐다. ‘삼성 바이오액티브 센서’가 처음으로 탑재됐다. 광학심박센서(PPG), 전기심박센서(ECG), 생체전기임피던스분석센서(BIA) 등 3개의 센서를 하나의 칩셋으로 통합했다.

갤럭시워치4는 시리즈 최초로 체성분(Body Composition) 측정 기능을 지원한다. 스마트 워치에 두 손가락을 대는 것만으로 골격근량, 기초 대사량, 체수분 및 체지방률 등을 약 15초 만에 확인할 수 있다. 소위 ‘인바디’라고 불리는 정보들이다. 갤럭시워치4의 체성분 측정값과 DXA 측정값은 98%의 상관관계를 갖는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다음 단계는 혈당이다. 애플은 ‘무채혈 혈당 측정’ 기능과 관련된 특허를 꾸준히 출원하고 있다. 스마트워치를 통해 피를 뽑지 않고도 혈액 속 포도당 수치를 감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최근 애플은 애플워치용으로 개발된 수분 측정 센서 기술을 미국 특허청에 등록하기도 했다. 땀의 전기적 특성을 측정하는 전극을 시계에 배치해 땀에 함유된 전해질 농도를 측정, 인체 내 수분 함량을 모니터링하는 원리다. 단, 혈당 측정 기능은 올해 공개될 애플워치7에는 탑재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또한 레이저 빛을 이용해 혈당을 측정하는 기능을 개발했다. 라만 분광법이 적용된 기술로,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팀과의 공동 연구 결과다. 라만 분광법은 레이저 빛이 물질에 조사(照射)돼 산란할 때 물질 분자의 고유 진동에 의해 빛의 파장이 변하는 현상을 이용해 물질을 식별하는 기술이다. 박지영 기자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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