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올스톱 초읽기, 수출길도 흔들”...산업계 전방위 ‘직격탄’
2021-08-24 11:40


노사 간 팽팽한 줄다리기로 HMM의 임금 갈등 사태가 장기화되고 국가 필수 선박 운용마저 어려워지면서 수출 기업도 비상사태에 돌입했다. 기업들은 대체 운송수단 확보에 나선 동시에 사태해결을 위한 산업은행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HMM 해상노조가 92.1%의 찬성률로 파업을 결의하고 오는 25일에는 집단 사직서 제출을 예고하면서 수출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가 필수 선박도 서나=HMM 선원들의 집단 사직이 현실화될 경우 전시나 경제 위기상황에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국가 필수 선박의 운항도 중단될 위기다.

전정근 HMM 해상노조 위원장은 “현재 사직서를 내겠다는 선원들 중 국가 필수 선박 또는 지정 선박에 근무하고 있는 선원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면서 “이들이 부산항에 도착해 하선한 뒤 사직서를 내면 그 뒤로 이 배를 움직일 선원을 구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비상상황에도 국가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운항해야 하는 필수선박들을 선사 별로 지정해 놓고 있다. 또한 지정선박은 각 해운사가 내국인 선원을 양성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운항해야 하는 선박을 지정하는데 이를 지정선박이라고 한다.

선사들은 필수선박에는 외국인 선원 6명, 지정선박에는 8명 이상을 승선시킬 수 없다. 비상상황에서 선박의 통제권을 확고히 확보하거나 내국인 선원의 비중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HMM은 컨테이너선 위주로 필수선박 8척과 지정선박 3척을 보유하고 있다. 전정근 위원장은 “선원들이 사직서를 내고 나면 회사가 다른 선박은 외국인 선원으로 대체할 수 있겠지만 필수선박과 지정선박의 경우 대체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수출기업 “육로로 화물 나를 판”=석유화학 기업은 물류팀을 중심으로 HMM 사태에 대한 위기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이들은 원유에서 추출한 나프타(naphtha·납사)를 기초 원료로 합성수지, 합성섬유 등 화학제품을 만드는데, 수출비중이 높은 것은 물론이고 원자재 수입 등을 위해서도 해상 운송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이미 해상운임료가 2배 넘게 뛰어서 업계 전반이 컨테이너선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며 “특히 중국이 컨테이너선을 싹 쓸어가는 상황이라 이 정도 수준의 운임을 낼 바에는 물건을 안 파는 게 낫다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말했다.

반도체, 반도체 장비 기업들 역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반도체 대기업들은 하반기까지 이미 물류계약을 대부분 마무리한 상황이라 당장 타격이 크지 않겠지만, 반도체 장비, 반도체 소재 등 중소기업들은 발이 묶인 상황이다.

가전과 전자 부품 기업들도 우려가 크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가전 기업은 블랙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 등으로 성수기인 4분기 판매전략에 차질을 빚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지역별로 생산 거점을 운영 중인 만큼 이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전자 부품사 관계자는 “원자재의 경우 일정 기간 리드타임을 확보해 놓기 때문에 당장 영향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2~3개월 후에는 영향이 생길 것으로 보이고, 장기화할 경우를 대비해 육로 등 다른 운송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업계도 위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최근 전기차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관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배터리 원재료 수입 및 배터리 완제품 수출이 대폭 늘고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기업들은 수출길이 막힐 경우 미국, 유럽 등 현지 공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대응할 예정이다. 다만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이미 시장 확대로 대부분 공장이 풀가동 체제라 ‘물류 대란’이 장기화할 경우 매출 타격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는 국내외 해운업계가 파업을 한 전례가 없는 만큼 선원들의 대규모 사직서 제출이 실제 파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다만 지난해 흑자에도 임금 상승률이 낮았던 만큼 일정 기간 노사가 냉각기를 가진 뒤 협상이 재개되길 기대하고 있다.

다만 임금 문제 해결에 소극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산업은행이 전향적인 자세로 사태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봉만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협력실장은 “한진해운이 넘어가면서부터 물류대란은 예견된 일인 만큼 산업은행이 HMM의 최대 주주인 만큼 이번 노사 협상에 책임감 있게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해운 산업의 위상이 많이 추락한 상황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산은이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호연·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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