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문화 개선을 위해 출범한 민관군 합동위원회가 잇단 민간위원 사퇴와 내부 불협화음으로 휘청거리는 모습이다. 서욱 국방부 장관과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은정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25일 제3차 합동위 전체 정기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르디고 있다. [국방부 제공]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공군 여중사 성추행 피해 사망사건을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출범한 병영문화 개선기구인 민관군 합동위원회(합동위)가 휘청거리고 있다.
민관군 합동위는 전날 제3차 전체 정기회의를 갖고 의결한 평시 군사법원법 폐지 권고안 결론 등을 26일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족수 미달로 투표 결과가 취소되면서 이날 서면의결로 대체하기로 했다.
민간위원으로 참여했던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에 따르면 전날 평시 군사법원 폐지를 국방부 권고안에 포함할 지에 대한 표결 결과 참석 위원 38명 중 18명만 찬성해 박은정 공동위원장이 부결을 선언했으나 일부 위원들의 정족수 미달 주장이 이어졌고 결국 참석 위원이 37명으로 확인되면서 부결이 취소됐다. 현재 합동위 전체 위원은 76명으로 정족수를 채우려면 38명이 참석해야하는데 평시 군사법원 폐지를 논의할 때 1명이 퇴장하면서 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것이다.
합동위에 참여한 민간위원들의 사퇴도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국방부가 개혁의지를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한 민간위원은 “그래도 뭔가 보탬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참여했는데 벽이 높다는 것만 절감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임 소장과 강태경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김주원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운영자, 방혜린 군인권센터 상담지원팀장, 성창익 변호사 등 민간위원 6명은 전날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국방부는 개혁 주체가 될 의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낡은 제도를 바로잡고자 각계각층의 민간인 전문가들이 두 달 간 매주 모여 각자 영역에서 다양한 대안을 만들고 이를 국방부에 제시했다”며 “이제 기대를 접는다. 군은 구태의연한 모습만 반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총 80여명의 위원들 가운데 이들을 포함해 사퇴 의사를 표명한 위원은 14명에 달한다.
특히 군 사법제도 개선을 둘러싸고 국방부와 민간위원들 사이에 충돌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앞서 군 사법제도 개선 4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종대 전 정의당 국회의원은 국방부의 지난 20일 국회 국방위원회 보고와 관련 “마치 분과위가 군사법원 존치를 주장하는 것으로 활동 취지를 상당히 곡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과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 위원장은 전날 회의에서 “합동위가 군과 민 사이의 마찰과 불신, 위원회 내부의 상호소통과 상호설득 부족으로 의견 확장의 잠재력과 대국민 호소력을 스스로 약화해가고 있다”면서 군을 향해 “국민이 군에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고도의 긴장감으로 직시하고 결의를 보여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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