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2년 넘게 상승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최근에는 상승폭까지 커지며 전세시장의 불안이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임대차3법 도입 이후 전세물건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재건축 이주수요, 방학 이사철 학군수요 등이 맞물린 영향이다.
전세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정부가 꺼내 든 사전청약 확대 방안은 청약 대기수요를 양산, 전세난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의 부동산중개업소에 아파트 등 부동산 매물 정보가 부착돼 있다. [연합]
2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넷째 주(23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7% 올라 전주(0.16%)보다 상승폭을 확대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2019년 7월 첫째 주부터 한 주도 거르지 않고 113주 연속 오르기만 했다. 지난해 7월 새 임대차법 도입 이후 급격히 뛴 전셋값은 올해 3~5월 안정세를 찾는 듯했으나, 지난 6월 마지막 주부터는 9주 연속 0.10%대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이번 주 서울에선 노원구(0.28%)가 전주(0.20%)대비 큰 폭으로 뛰었다. 상계·월계동 중저가 단지와 중계동 등 학군이 양호한 지역에 수요가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어 강서구(0.20%), 송파·영등포·관악구(0.19%), 강남·양천·동작·도봉구(0.18%) 등 서울 전역에서 0.10% 이상 상승률이 나왔다. 부동산원은 “매물부족 현상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교육 환경이 양호한 지역이나 역세권, 이주수요가 있는 지역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며 상승폭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정부의 사전청약 확대 방안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전세시장에 불안을 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25일 2024년 상반기까지 수도권 7만1000가구를 포함해 10만1000가구를 사전청약 물량에 추가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 3기 신도시 등에서 추진하던 사전청약을 공공택지 내 민간시행사업과 2·4 대책 사업 후보지에도 적용한다는 것이다. 기존에 발표했던 물량을 포함하면 사전청약 대상 주택은 총 16만3000가구, 이 중 수도권 물량은 13만3000가구가 된다.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연합]
이를 노린 청약 대기수요가 전세시장에 계속 묶이거나 추가되면 전세난이 심화할 수밖에 없다. 국토부는 내년 사전청약에 들어가는 주택의 경우 5년 후 입주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5년도 적지 않은 시간인데, 중간에 사업이 중단되거나 지체돼 예상한 일정이 흔들리면 시장 혼란은 더 커질 수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매매시장의 수요는 일부 경감 되겠지만, 실제 입주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적지 않기 때문에 임대시장에 가해지는 부하가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서울은 입주물량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의 아파트 입주물량은 입주자 모집공고 기준 3만864가구로, 지난해(4만9411가구)보다 37.5% 적다. 여기에 하반기 입주 물량은 상반기보다 25.9% 적은 1만3141가구에 그치고, 내년 입주 물량도 2만463가구로 올해보다 33.7% 줄어든다.
국토부 역시 이런 우려를 인지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우선 임대차3법이 잘 정착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지난해 11월 발표한 전세대책이 차질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사전청약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국지적인 전세 불안이 없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고 필요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전셋값이 단기간에 안정을 찾긴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금리 상승은 전세가격이 떨어지는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전세 물량이 될 수 있는 입주 물량이 내년까지 크게 감소하고 사전청약 확대 등으로 전세 수요가 늘면서 전셋값 상승은 단기간에 진정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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