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CEO 제재 취소’ 당한 금감원…사모펀드 CEO 징계 줄취소 되나
2021-08-27 15:42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이승환·김성훈 기자]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낸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징계 취소소송 1심에서 징계 취소 판결을 선고 받으면서, 향후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한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금융사 내부통제에 대한 금융당국의 징계 방침에 변화가 예상된다. 그간 손 회장의 제재를 놓고 금융회사 지배구조법과 시행령을 통해 금융회사 CEO에게 내부통제 책임을 묻는 것이 합당한지 논란이 일었다.

서울행정법원 제11부(부장판사 강우찬 위수현 김송)는 이날 “피고가 원고 손태승에게 한 문책처분과 정채봉에 대해 한 감봉 요구 처분을 각각 취소한다”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지난해 1월 금감원은 DLF 판매 당시 우리은행장을 겸임하던 손 회장에게 내부통제 미비의 책임을 물어 문책경고를 내렸다. 이에 손 회장은 같은 해 3월 징계취소 행정소송과 함께 해당 판결이 나올 때까지 징계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집행정치 가처분신청으로 맞섰다.

재판부는 현행법상 내부통제 기준 등 '준수 의무' 위반을 이유로 금융회사나 그 임직원에 대해 제재 조치를 가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금감원이 법령상 허용된 범위를 벗어나 처분 사유를 구성했기에 징계 처분을 인정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을 근거로 CEO에게 중징계를 내릴 수 있는지 여부는 제재 사유도 아니고, 주요 쟁점도 아니었다"면서 "은행 내부규정에 반드시 포함될 내용이 흠결이 있는지 여부로 판단했다"고 언급했다.

다만 재판부는 우리은행이 소비자 보호를 위해 내부통제기준에 포함해야 할 '금융상품 선정절차'를 실질적으로 마련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위법성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5개 사유 중 나머지 4개 사유는 모두 인정되지 않으므로 결국 금감원의 제재 조치는 위법하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은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고, 향후 내부통제 기준을 더욱 철저히 준수한다는 입장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그동안 고객 피해 회복이 가장 시급하다는 판단 하에 금감원 분쟁조정안들을 즉각 수용했으며, 대다수 고객 보상을 완료하는 등 신뢰회복 방안을 성실히 추진했다”며 “앞으로도 철저한 내부통제와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정책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은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대기 중인 금융사 CEO 제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법원에서 손 회장의 징계가 뒤집힌 만큼 향후 금융당국의 제재 수위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사실상 법원은 금융당국의 징계가 무리했다고 결론을 내린 셈이다.

현재 손 회장과 함께 DLF 사태로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 역시 문책경고를 받아 금감원을 상대로 중징계 취소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라임펀드와 관련해 증권사 CEO들도 줄줄이 내부통제 미비를 근거로 중징계를 받았다. 지난해 11월 금감원은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김형진 전 신한금융투자 대표·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현 금융투자협회장)에 직무정지를, 박정림 KB증권 대표에 문책경고를 결정했다. 금융위원회는 손 회장의 1심 결과를 반영해 라임펀드와 관련한 제재안을 결론 내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재처분 취소소송에 대한 사법부의 1심 판결을 존중한다”며 “ 판결문이 입수되는 대로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판단기준 등 세부 내용을 면밀하게 분석해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은 내부통제 문제와 관련해 제재 관점이 아닌 제도개선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내부통제 제도 개선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 참석해 “올해 하반기 중에 타 금융권과 공동으로 내부 통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 금융 당국에 건의하는 것을 추진해보겠다”며 “명확성 원칙과 예측 가능성 등을 감안해 징계 측면이 아니라 제도 개선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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