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은행들이 수수료 수익 확대를 위해 생명보험 판매에 집중하면서 생명보험사들의 방카슈랑스 채널 의존도가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1~7월 은행을 통한 생명보험(변액보험·퇴직연금 제외) 판매 초회보험료 수입은 4조5073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3.6% 늘어났다.
생보사의 전체 초회보험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1.5%에 달했다. 보험사들이 올해 새로 보험을 팔아 처음 걷은 보험료 수입 중 대다수가 은행 창구를 통해 들어온 셈이다.
은행에 대한 의존도는 점차 커지고 있다. 2017년 71.4%, 2018년 72.5%, 2019년 74.1%, 2020년 80.6%를 기록했다.
업체별로 보면 저축성보험을 집중적으로 파는 중소형사들의 강세가 돋보였다.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 수입 증가율을 보면 DGB생명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546.4% 늘었다. 이어 메트라이프생명(421.1%), BNP파리바카디프생명(322.5%), 푸본현대생명(92.6%), DB생명(87.9%)을 기록했다.
대형사들도 여전히 증가세다. 한화생명도 방카슈랑스를 통한 초회보험료가 68.3% 증가했고, 삼성생명도 19.1% 늘었다.
초저금리 고착화와 함께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의 불완전판매 논란이 불거지면서 은행들이 투자상품 대신 보험상품 판매를 강화한 영향이다. 작년에도 방카슈랑스 생명보험 초회보험료 수입은 42.6% 급증하기도 했다.
게다가 대형사들은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부채로 인식되는 저축성보험의 비중을 줄이고 종신보험 등 보장성보험 판매에 집중하고 있지만 중소형사들은 자산 규모를 키우기 위해 전략적으로 저축성 상품을 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 고객들이 저축성 보험을 여전히 찾고 있어 불가피한 면이 있다”며 “다만 방카슈랑스 채널은 일시납 저축성 보험 비중이 커 월보험료를 내는 다른 채널보다 초회보험료가 크게 잡힌다”고 설명했다.
지나친 방카슈랑스 의존도가 향후 리스크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민호 예금보험공사 팀장은 ‘금융리스크 리뷰’ 보고서를 통해 “생보사가 방카슈랑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타상품 대비 적용 이율 또는 수수료율 상향 정책을 취할 경우 직접적인 수익 악화가 우려된다”며 “더불어 영업력에 지속성이 약한 방카슈랑스에 의존할 경우 일시납보험료 증감, 특판상품 마감 등에 따른 수익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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