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시각] 전자발찌...만능키? 무쓸모?
2021-09-09 11:37


위치추적 전자장치라고도 불리는 ‘전자발찌’는 1984년 미국 뉴멕시코주 지방법원의 잭 러브 판사가 고안해 특정 범죄 전과자들에게 착용하게 하면서 처음 실용화가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참여정부 때였던 2005년 처음으로 특정 성범죄자에 대해 착용을 강제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 통과되면서 전자발찌의 역사가 시작됐다. 2008년 9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전자발찌제도 대상자는 처음에는 성범죄자에게만 국한됐지만 이후 미성년자 유괴범, 살인범, 상습 강도범 등의 순으로 적용 대상이 확대돼왔다. 인권침해라는 논란은 여전하지만 범죄자의 행동 제한은 물론 범죄 유발 가능성이 있는 사람의 신변을 신속하게 파악하기 위한 용도로 현재로서는 전자발찌만한 것이 없다는 관계 당국의 인식 때문으로 보인다. 전자발찌가 범죄자, 특히 성범죄자를 통제하는 사실상 만능열쇠를 해왔던 셈이다.

전자발찌를 착용해야 하는 전자감독 대상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올해의 경우 대상자 수는 7월까지 벌써 8166명이다. 도입 첫 해 2008년 151명의 54.1배에 이른다. 지난해 1년간 나온 숫자(6044명)에 비해서도 2122명(35.1%)이나 많다.

반면 전자감독 대상자가 늘면서 보호관찰관 1인당 관리인원은 같은 기간 3.1명에서 17.3명으로 5.6배 증가하는 데 그쳤다. 범죄를 예방하려면 지난해 12월 출소한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처럼 1대 1 전담보호관찰관을 지정하거나 보호관찰관 1인당 관리 인원을 10명 이하로 줄이는 게 최선이라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인력 부족에 대한 걱정이 최근 대두되는 이유다.

재수감의 위험 속에서도 전자발찌 훼손의 욕망은 큰 모양이다. 관련 사건은 해마다 증가 추세다. 2008년 1건에 불과했지만 2018년 23건까지 치솟았다. 올해에는 7월까지 벌써 11건이나 발생했다. 단순한 인권과 자유에 대한 갈망보다는 일탈과 재범에 대한 유혹이 더 크게 작용했으리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범죄를 이전에 한 번이라도 저지른 사람은 다른 사람에 비해 재범률이 높다. 특히 성범죄는 특히 재범률이 65%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불거진 두 사건은 더욱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전자발찌 훼손 전후로 무고한 여성 두 명을 살해한 강윤성의 사건은 최근 보도 등을 통해 많이 알려져 있다. 강윤성은 주거지에서 전자발찌를 착용한 채 40대 여성을 살해했지만, 보호관찰소에서는 파악하지 못했다.

성범죄 전력으로 전자발찌를 찬 채 허위 주소를 신고하고 버젓이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30대 남성의 사건도 있다. 법무부와 ‘성범죄자 알림e’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여성가족부는 이 남성의 등록 주소가 가짜라는 사실을 몰랐다. 이웃 주민들은 바로 주변에서 성범죄자와 수개월간 얼굴을 맞대고 있었던 셈이다.

두 사건은 법무부, 여가부, 경찰 등 관계 당국이 기계에 불과한 전자발찌를 너무 믿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방증으로 여겨진다. 만능열쇠 같은 전자발찌를 믿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인력을 보강하고 시스템을 정비하는 등 정책을 통해 범죄에 보다 철저히 대비하지 않으면 전자발찌는 무쓸모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상윤 사회부 사회팀장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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