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브란트 그림 도난 의혹 당사자 숨져…작품들 행방 미궁으로
2021-09-24 11:00


로버트 젠타일 [AP]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30여년 전 발생한 희대의 미술관 도난 사건에 연루돼 렘브란트의 그림 등 수백만 달러 가치의 명화를 빼돌렸단 의혹을 받고 있는 남성이 끝내 입을 열지 않은 채 숨졌다.

23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로버트 젠타일이란 남성이 85세의 나이로 뇌졸중을 앓다 숨졌다.

그는 1990년 3월 18일 미국 매세추세츠주 보스턴에 있는 가드너 미술관 도난 사건에 연루됐단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가드너 미술관 도난 사건은 미국 최대 미제사건으로, 단 81분간 렘브란트, 페르메이르, 드가 등의 작품 13점이 사라졌다.


도난당한 렘브란트의 '갈릴리 바다의 폭풍'(1633). [가드너 미술관]

범인들은 한밤 중 난데없이 초인종을 울린 뒤 경찰 행세를 하며 미술관에 들어간 뒤 경비들을 제압한 채 재빨리 그림들을 훔쳤다. 이들이 훔친 그림의 가치는 약 5억달러(약 59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감금된 경비원들은 교대하기 위해 아침에 출근한 경비원들에 의해 발견될 때까지 결박돼 있었다.

하지만 대대적인 수사에도 범인의 털끝 하나 찾지 못했다. 마피아 연루설이 있었지만 확실한 증거는 찾지 못했다.

그러다 2010년 로버트 젠타일이 수사망에 포착된다. 2004년 사망한 마피아 조직원의 부인이 경찰에서 ‘남편이 생전에 도난 당한 미술품 일부를 갖고 있었으며, 젠타일에게 두 점을 보관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한 것이다.

젠타일은 2012년 마약 혐의로 기소되었다. 이후 2013년 유죄 판결을 받은 젠타일의 집을 경찰이 샅샅이 뒤졌다. 그리고 도난당한 그림과 그 가치가 적혀 있는 목록을 발견했으며 관련 기사가 실린 신문도 찾아냈다.

하지만 정작 도난당한 작품들은 찾지 못했다.

젠타일은 2019년 감옥에서 풀려난 뒤 AP통신과 인터뷰에서 "나는 그림들과 아무 관련이 없다. 진짜 허무맹랑한 얘기"라고 주장했다.

젠타일이 끝내 입을 열지 않은 채 숨지면서 가드너 미술관 도난 사건은 더욱 미궁 속으로 빠졌다.

앞서 2013년 미 연방수사국(FBI)는 기자회견에서 보스턴을 기반으로 한 범죄조직이 이 사건을 주도했으며, 도난당한 작품들은 코네티컷과 필라델피아 지역으로 옮겨졌다고 밝혔다. 2015년엔 두 범인이 사망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범인이 누군지, 미술품이 어떻게 옮겨지게 되었는지 등 구체적인 사실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현재 가드너 미술관에는 도난당한 작품의 자리가 그대로 텅 빈 액자로 남겨져있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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