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지상파에서 했으면 망했을 것” 왜?
2021-09-30 18:51


[123rf]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오징어게임을 지상파에서 만들었다면? PPL(간접광고) 도배되고 이상한 러브라인 생겨서 망했을 듯.”(‘오징어게임’ 리뷰 중 일부)

넷플릭스가 제작한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전세계에서 화제를 일으키면서, 지상파를 향한 시청자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자유로운 창작 환경을 보장하는 넷플릭스와 달리, 매번 뻔한 소재 또는 자극적 내용 등을 내세워 작품의 퀄리티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상파에서는 SBS ‘펜트하우스’ 시리즈를 제외하고 이렇다 할 히트작이 없다. 다양한 창작자를 흡수하는 ‘넷플릭스 천하’를 비판할 것이 아니라, 틀을 깨는 시도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동혁 감독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징어 게임’은 케이블이나 지상파에 내놓기도 어려워 오직 넷플릭스만 가능한 작품”이었다고 말했다. 10년 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수많은 거절을 당했지만 넷플릭스는 형식, 소재, 수위, 길이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아 가능했다는 의미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넷플릭스 제공]

이같은 인터뷰 내용이 알려지자, 시청자들은 국내 지상파 채널을 향한 쓴소리를 내놓고 있다. 틀에 박힌 뻔한 소재, 막장 또는 선정적 내용 등으로는 넷플릭스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한 구독자는 오징어게임 리뷰로 “지상파에서 오징어게임을 만들었다면 PPL 도배, 이상한 러브라인 들어가서 망했을 듯”이란 글을 적어 큰 지지를 얻기도 했다.

실제로 지상파 콘텐츠에 대한 불만은 급증하는 추세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에 접수된 민원 건수를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7년 8450건 ▷2018년 8573건 ▷2019년 8816건 ▷2020년 2만3713건이었다. 지난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지상파 드라마는 선정성, 역사왜곡, 막장 전개 등 각종 논란에 휩싸이며 뭇매를 맞았다.

30일 조승래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방송심의 민원을 가장 많이 받은 프로그램은 SBS 드라마 ‘편의점 샛별이’였다. ‘편의점 샛별이’는 여고생과 성인 남성의 키스신, 성매매 묘사 등 논란으로 6636건의 민원이 제기됐다.

중국풍 소품 사용과 역사왜곡 논란으로 조기 폐지된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도 5171건의 민원을 받았다. 시즌3까지 방영된 ‘펜트하우스’ 시리즈도 800건이 넘는 민원이 제기됐다.


역사왜곡 등으로 조기 폐지된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 [SBS 제공]

과도한 PPL 문제도 넷플릭스와의 차이점이다. PPL는 국내 방송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주요한 매출 요소지만, 드라마의 흐름을 깬다는 비판을 받는다. tvn ‘빈센조’, ‘여신강림’, SBS ‘조선구마사’의 PPL은 중국의 문화 공정에 휘말리기도 했다.

반면 넷플릭스는 정책적으로 PPL이 없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오롯이 콘텐츠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것이다.


상황에 맞지 않는 PPL로 비판을 받은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 시즌3’ 장면 [SBS ‘펜트하우스 시즌3’ 갈무리]

시청자들의 외면은 시청률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난다. 올 한해 지상파에서는 이렇다 할 히트 콘텐츠가 없다. 시청률 두자릿수를 기록한 SBS ‘펜트하우스 시즌3’ 마저도 일각에서는 ‘막장’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위기를 느낀 지상파 방송사는 국내 OTT와 손잡고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MBC는 웨이브와 150억원을 공동투자해 대작 블록버스터 드라마 ‘검은태양’을 제작했다. SBS도 웨이브가 오리지널 콘텐츠로 제작한 ‘원더우먼’을 방영하며 시청률 끌어올리기에 주력 중이다.

그러나 틀을 깨는 시도 없이는 ‘넷플릭스 천하’를 이길 수 없을 거란 목소리가 높다. 앞서 황 감독이 언급한 것처럼 주제와 소재, 형식 등의 제한을 두지 않고 자유로운 제작환경을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단 것이다.

OTT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 창작자들이 넷플릭스로 몰리는 건 필연적 흐름”이라며 “지상파 콘텐츠가 다시 빛을 보기 위해서는 통 큰 투자, 새로운 시도 등을 통해 넷플릭스와 차별화될만한 무기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jakmeen@heraldcorp.com



랭킹뉴스


COPYRIGHT ⓒ HERALD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