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김정은, 9개월 만에 “美 최대주적”에서 “美 주적 아니다”
2021-10-12 11:21


북한이 노동당 창건 76주년을 맞아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를 11일 3대혁명전시관에서 개막했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해 기념연설을 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2일 보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국의 신형 무기체계 도입과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을 비판하면서 앞으로도 국방력 강화를 지속 추진할 것임을 공언했다. 김 위원장은 다만 북한의 주적은 전쟁 자체이지 한국이나 미국이 아니라면서 한반도 평화를 언급하는 등 대화 여지를 남겼다.

김 위원장은 전날 3대혁명전시관에서 열린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 기념연설에서 “우리 당 국방정책의 진수는 자기 힘으로 조국과 인민을 보위하는 것이며 부단히 발전향상되는 강력한 방위력으로 그 어떤 위협과 도전도 억제하고 평화를 믿음직하게 흔들림없이 수호하는 것”이라며 “국방을 강화하는 사업은 우리 당과 정부와 인민이 한시도 놓치지 말아야 할 필수적이고 사활적인 중대국사”라고 강조했다고 노동신문이 12일 보도했다. 지난 5년 간 국방력 발전 현황을 총화하기 위한 전람회에서 자위력 강화를 내세운 군비증강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연설 말미에 우리 후대들을 위해서라도 우선 강해지고 봐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조선노동당 창건 76돌을 맞아 가진 기념강연회에서 주민 의식주를 기본적으로 해결하겠다며 내치에 집중했던 것과 달리 국방 분야 전람회를 계기로 대남·대미메시지를 쏟아냈다는 점도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현재 한반도정세와 군사적 위험성에 대해서는 10년, 5년 전, 3년 전과 다르다고 진단했다. 현재 정세가 자신이 최고지도자 지위에 오른 10년 전이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한창 준비중이던 5년 전, 그리고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의 봄이 조성됐던 3년 전과 다르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한국의 스텔스 전투기 F-35A와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 도입과 한미 미사일지침 폐기에 따른 미사일 능력 향상, 잠수함 전력 강화, KF-21 보라매 개발 등을 열거하며 “군비 현대화 명분과 위선적이며 강도적인 이중적 태도”를 비난하기도 했다. 미국을 향해서는 “세상에 바보들만이 있는 것이 아닐진대 미국이 공화국에 적대적이지 않다는 그들의 말을 믿는 사람들이 어디 있으며 그것을 믿는 사람들이나 그런 국가가 있다면 매우 궁금해진다”면서 “조선반도 지역의 정세 불안정은 미국이라는 근원 때문에 쉽게 해소될 수 없게 돼있다”고 비난했다. 최고지도자의 언급인 만큼 북한은 한동안 미국의 조건없는 대화에 응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다만 한반도와 주변에 군사적 긴장을 야기하는 적대세력들의 ‘비열한 행위’와 평화적 환경의 근간을 흔드는 원인을 해소해 한반도지역에 평화가 깃들도록 도모하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라며 대화의 문을 완전히 걸어 잠그지는 않았다. 특히 자신들의 주적은 전쟁 자체라면서 한국이나 미국이 아니라고 밝히기도 했다. 김 위원장 스스로 지난 1월 제8차 노동당 당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대외정치활동을 우리 혁명 발전의 기본 장애물, 최대의 주적인 미국을 제압하고 굴복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지향시켜나가야 한다”고 했던 데서 적지 않은 변화를 보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한미는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선언을 비롯해 남북·북미관계와 관련한 전반적 협의에 나선다. 이와 관련 미국을 방문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11일(현지시간) “남북 간 연락채널이 다시 소통됐고 미국 측과 남북관계나 북미관계를 한번쯤 점검하고 전반적으로 협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서 실장은 오는 12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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