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임성재와 매킬로이의 인연 [강혜원의 골프디스커버리]
2021-11-02 11:15


PGA투어를 뛰고 있는 한국인 간판 스타 임성재는 이미 많은 세계적 톱랭커 선수들과 같이 플레이한 바 있다. 임성재는 그중에 로리 매킬로이와 특별한 인연이 있다. 중학교 3학년 때 임성재는 로리 매킬로이를 만난 적이 있다. 2013년 당시 로리 매킬로이는 한국오픈에 초청되어 대회에 참가했다. 그때 주니어 육성 이벤트로 로리 매킬로이에게 원포인트 레슨을 받을 남자 중학생을 찾았는데, 국가대표 상비군이었던 임성재가 선택되었다.

임성재에게 그때의 경험을 물어보자 정말 온 몸이 떨렸었다고 얘기했다. 레슨보다 로리 앞에서 스윙을 하는 그 자체가 좋았다. 그 당시에는 지금 임성재의 트레이드 마크인 느린 백스윙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고 한다. 로리는 샷에 대해서는 별 말을 하지 않고, 그때 7번 아이언을 쳤는데 볼 위치가 너무 왼발에 가깝다고, 좀 더 중앙에 볼을 놓으라는 얘기를 해주었다고 한다.

PGA투어에 입성하고 나서 루키로 뛰던 해 시즌 마지막 대회인 투어 챔피언십에서 임성재는 로리 매킬로이에게 말을 걸어 어렸을 때 한국에서 로리에게 레슨을 받았던 주니어가 바로 나였다는 얘기를 했다. 그때 로리는 “이제 네가 나를 레슨해 주어야겠다” 며 웃으며 말했다고 한다. 한참 어린 나이의 선수를 대하는데도 유머와 겸손을 갖춘 로리 매킬로이의 인격을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임성재가 PGA투어 진출 후 그들이 처음 같이 플레이한 건 2020년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이다. 임성재가 PGA투어 첫 승을 올리고 난 후 바로 그 다음주 대회다. 그 둘이 만났다. 임성재는 그 대회에서 잊을 수 없는 순간이 연습장에서 로리 매킬로이가 우승 축하한다고 말해준 것이라고 꼽았다. 그리고, 둘은 같이 조편성이 되었고, 임성재가 워낙 시합을 많이 나가는 선수인 탓에 처음 같이 플레이하면서 로리가 임성재에게 어느 대회를 나갈 예정이냐고, 다 나가냐고 물어봤다고 한다.

올해도 임성재는 로리와 같이 칠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 도쿄올림픽에서 1, 2라운드를 같이 쳤고, 임성재가 단독 3위, 로리 매킬로이가 4위를 차지했던 BMW 챔피언십 때도 1, 2라운드를 같이 쳤다.

이제 같이 투어를 뛰며 경쟁하는 사이지만, 임성재에게 아직도 로리 매킬로이는 특별하고 멋있는 선수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공이 많이 뜨면서도 묵직하게 나간다고, 잘 안 맞을 때에도 위험을 피하지 않고, 자기구질을 믿고 핀을 공략한다고 한다. 성적을 떠나서 로리는 같이 치는 선수들에게서조차 시선을 집중시킨다. 그의 드라이버샷은 임성재보다 25, 30야드 더 나간다. 투어에서 평균적으로 거리가 나가는 선수들은 티샷이 들어갈 한만 자리에 벙커나 위험이 있는데, 로리는 그 부분을 넘겨 버리니까 확실히 코스 공략이 쉬워보인다고 했다. PGA투어가 정말 세계적인 선수들이 모이는 자리이지만, 그 중에 탑 선수들은 확실히 레벨이 다르다는 느낌을 준단다.

BMW 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임성재는 65타, 로리 매킬로이는 70타를 쳤다. 같이 치면서는 처음으로 임성재가 로리 매킬로이를 이겼다. 좋은 성적을 내면 세계 탑 선수들과 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임성재는 그들과 함께 치는 것만으로도 배우는 것이 많다고 한다. 단순히 스윙이 아니라, 그들이 샷을 대하는 태도, 분위기, 코스 매니지먼트, 모든 면에서.

3년 연속 PGA투어 랭킹 20위 안에 든 임성재도 이미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정상급 선수다. 임성재는 투어를 뛸수록 자신감이 생기고 해볼 만하다는 마음은 들지만, 아직은 탑이 아니며 탑으로 가는 과정 중에 있다고 말했다. 그 겸손함과 몸에 배어 있는 철저한 준비성을 언제나 잃지 말고 세계 정상에 이르기를 바란다.

〈KLPGA 프로 · PGA투어 한국콘텐츠 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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