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해 감사원장 후보자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배두헌·신혜원 기자] 여야는 2일 최재해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중도 사퇴 문제,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감사 등을 중심으로 공방을 벌였다.
야당 의원들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성남시장 시절 추진된 대장동 사업 의혹을 집중 부각하며 철저한 감사를 촉구했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은 "(최 후보자가) 2017년 감사위원 당시 특정감사로 경기도 기초자치단체 산하 지방공기업에 대한 경영관리 실태 감사를 진행했는데 성남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빠지고 의왕시 추진한 개발사업만 비리 적발하고 중징계 처리했다"며 "성남도공은 단 한 건의 비리도 적발되지 않고 감사를 마쳤다"고 지적했다.
이어 "감사원장이 되면 '이 정부 이런저런 문제점을 이 정도로 감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 같은데 말해 달라"고 묻자 최 후보자는 "지적하신 부분, 국민 의혹 갖는 부분을 감사원이 당시 밝혀내지 못한 건 저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며 "이번 정부의 주요 사업에 대해서는 제가 임명되면 우선순위 과제를 정해서 검토해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같은 당 서일준 의원도 "감사원이 2019년 7~10월 경기남부 도시개발사업 지역 13곳에 대한 감사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사전 조사에 대장동이 포함돼 있었는데 본 감사에서 빠졌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최 후보자가 "보고받기로는 당시 감사 대상이 택지 조성에 건축 분양한 것까지 진행된 사업 대상으로 (했는데) 대장동은 택지 조성만 해서 빠졌다고 얘기 들었다"고 답하자 서 의원은 "감사원이 몰랐다면 무능이고, 알고도 눈 감아준 것이라면 직무유기"라고 꼬집었다.
서 의원은 이어 영화 '아수라'를 언급하며 "감독이 촬영 위한 취재를 통해서도 비리 의혹을 알았는데 감사원이 이렇게 까마득하게 몰랐다는 것을 국민이 이해하겠느냐"며 "대장동 주민 550명이 감사 청구한 지 한 달이 다 됐고 이제 4일 남았다. 백현동 개발사업과 함께 전국에 있는 지자체 개발사업 전수 감사해야 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최 후보자는 "감사 청구 들어온 건 임명되면 신속히 처리하겠다"고 답했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최재형 전 원장이 임기 도중 사퇴하고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출마한 점을 문제 삼았다. 다만 최 후보자로부터 원하는 답변이 나오지 않자 "실망스럽다"며 질타하는 모습이었다.
최 후보자는 "전임 원장이 헌법에 보장된 임기를 다 채우지 않고 대선에 출마한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 김남국 민주당 의원 질의에 "전임 원장 행보이기 때문에 뭐라 (말하기가 어렵다)"고 즉답을 피했다.
김 의원이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 감사원장 임기 4년의 의미에 대해 분명하게 소신껏 말씀해야 한다"고 꼬집자 최 후보자는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하고 나감으로써 감사원 조직이 정치적 중립 논란의 중심이 된 것이 안타깝다"고 답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안타까운 게 아니라 매우 잘못된 일이지 않느냐. 분명하게 말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최 후보자는 "그렇게 단정적으로…"라며 답을 재차 흐렸다.
김 의원은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일이다. 헌법에 보장된 임기를 지키지 않고 나가자마자 정치 출마 선언, 대선 직행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다 잘못됐다고 생각하는데 후보자가 이렇게 말씀하시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 과정에서 최 후보자가 재차 "임기 못 지킨 자체는…"이라며 같은 취지의 답을 반복하자, 김 의원은 "매우 실망스러운 답변"이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최 후보자는 박성준 민주당 의원이 "최 전 원장이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했는지 감사할 용의가 있느냐"고 묻는 질의에도 "전임 원장에 대한 감사는 감사권 범위도 벗어나는 것 같고 사인(私人)이 된 원장에 대해서…"라고 부정적 뜻을 나타냈다.
이에 박 의원은 "(최 전 원장이) 원장 시절에 정치적 중립을 훼손해서 (감사를) 했다면 큰 문제"라며 "헌법적 가치와 감사원법을 훼손하는 것이고 민주주의와 국가의 위기를 초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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