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예 배달 접겠다” 손님 몰리자 사장님 배달앱 ‘찬밥’ 대우
2021-11-05 19:46


지난 2일 저녁 을지로의 한 술집에 손님들이 가득 차있다. [사진=김민지 기자/jakmeen@]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 서울 종로구에서 순대국밥 가게를 운영하는 전 모(45)씨는 지난 1일부터 배달 운영 시간을 대폭 줄였다. 홀 장사가 활기를 띄며 굳이 배달을 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전 씨는 “배달 음식은 홀 장사와 달리 수수료, 배달비 떼고 나면 남는 것도 없었다”며 “앞으로 완전히 일상이 회복되면 아예 배달을 접을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가 시작되며 배달을 줄이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다. 가게에 직접 방문하는 손님이 많아지며 배달을 할 여력과 필요성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치솟는 배달대행료도 ‘배달 탈출’ 행렬에 영향을 미쳤다. 이달부터 대행료가 30% 가량 오르며 “배달을 해도 남는 게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5일 모바일 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 따르면, 지난 1일 배민주문접수 앱(사장님용) 사용시간은 총 2만 4088시간이었다. 이는 올 하반기 중 최저치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시행 첫날인 1일 서울 종로구의 한 도로에 배달 오토바이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

사용자수도 19만3123명으로, 추석 연휴를 제외한 하반기 월요일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주 월요일(10월 25일, 20만5281명)과 비교하면 6% 가량 감소했다.

자영업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서에서도 배달 시간을 줄였다는 점주가 속출했다. 배달전문점이 아니고서야, 홀 장사가 잘 되는데 배달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홍익대학교 근처에서 이자카야를 운영하는 김 모(39)씨는 “코로나 시국에는 조금이라도 더 벌어보려 안주류와 술도 배달했다”며 “하지만 지난 주말부터 손님이 훌쩍 늘면서 피크 타임에는 배달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일상이 완전히 회복되면 일절 배달을 하지 않을 거란 점주도 있다. 폭증하는 배달료 때문에 남는 것이 거의 없다고 토로한다.


서울 종로구 관철동에 위치한 한 음식점에 손님이 가득차 있다 [사진=김영철 기자/yckim6452@]

서울 중구에서 버블티 가게를 운영하는 김 모(37) 씨는 “카페는 음료 단가가 낮아 한두잔을 배달로 팔면 이윤이 거의 없다”며 “직장인들의 방문이나 포장 주문이 늘어나면 아예 배달을 접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을 기준으로 전국 대부분 지역의 배달대행료가 약 30% 인상됐다. 서울 주요 지역 기준 기존 3000~3500원이던 배달료가 일괄적으로 4000원 이상까지 올랐다. 일부 지역에선 배달대행료가 5000원에 육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1단계 시행 첫날인 지난 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인도에서 배달 오토바이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

통상 해외 시장에선 고객이 배달료 전부를 부담한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배달료 인상에 대한 거부감이 높아 업주와 고객이 나눠 분담하는 경우가 많다. 경쟁이 치열한 상권에선 점주가 4000원이 넘는 배달료를 모두 부담하기도 있다.

한편, 배달앱 업계는 배달 수요 감소세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다만, “배달앱 호황기가 끝났다”고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11월은 배달 수요가 소폭 줄어드는 달”이라며 “대목인 연말 시즌의 배달 건수가 단계적 일상 회복의 영향력을 가늠하는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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