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포럼]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2021-11-08 11:39


바야흐로 선거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대선과 지방선거가 내년 상반기에 있다. 대선이 끝나고 조금 지나면 또 선거다. 2000년대 초 대선에 모 후보가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경제도 경제지만 민생과 직결되는 것을 질문한 것과 같다. 그때도 유행했고 지금도 유행하고 있는 말이다.

요즘 국민의 살림살이는 그다지 좋지 못한 것 같다. 부동산, 고용, 물가, 부채 등 여러 부분에서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고 살림살이는 그다지 나아진 것 같지도 않다. 부동산은 천정부지로 뛰어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이슈였고, 이번 대선에도 최대 이슈다. 서울과 경기의 주택 가격은 이번 정부 들어 최소 두 배가 뛰었고 다른 지역도 빠른 속도로 뛰었다. 노동의 가치가 전혀 인정받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즉 예전에는 노동을 통해 월급을 받고 월급을 모아 집을 장만했다면 지금은 월급만으로 집을 장만하는 것은 수십년이 걸릴 정도로 매우 어렵다.

경제성장률이나 임금상승률은 한 자리밖에 안 되고 내 월급 빼고 다 오른 상태다. 주택 가격은 연간 평균 수십%씩 뛰고 있는 상황에서 월급이 아닌 대출을 통해 집을 장만하는 수밖에 없다. 자산시장 가격이 하락한다면 어떻게 될까. 주택과 전세 그리고 대출을 하고 있는 금융으로 연쇄 부도로 올 수밖에 없다.

고용도 마찬가지다. 부채를 기반으로 한 자산시장이 열심히 일을 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생활이 뒷받침되려면 일을 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고용률과 실업률은 상당히 좋다. 어디에 맹점이 있을까. 바로 비정규직 비중과 저임금이다. 정부가 산업을 통해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임금이 상당히 낮은 일자리를 고용에 포함시키는 문제가 발생하고 실업급여가 증가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최근 고용률을 봐도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곳에 일자리가 대부분 고용 증가를 견인하고 있는데 저임금과 맞물려 있으며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4차 산업 등의 발달로 세상이 변화하고 있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오히려 요구되는 상황인데도 고용률과 실업률에만 매달리고 있으니 민생을 알 리가 만무하다.

물가도 최근 상당히 가파르게 뛰고 있다. 이미 몇 달 전부터 채소 일부는 수백%가 뛴 적도 있었고, 지금도 1만원짜리 지폐 한 장 들고 시장을 가면 살 것이 없다. 정말 살림살이가 좀 나아졌을까. 경제가 성장하면 물가는 오를 수 있다. 지금의 상황은 경제성장은 정부 재정이 큰 기여를 하고 있고 전체적인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릴 수도 있다. 그런데 물가는 더 빠른 속도로 뛰고 있다. 여기에 국민이 체감하는 물가는 더 빨리 뛰고 있다. 예전에는 공급이나 공급망의 문제 등 여러 가지가 논의됐고 이제는 ‘위드 코로나(with corona·단계적 일상회복)’로 수요 측 압박 요인까지 있다. 이렇게 되면 물가상승은 당분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

경제학에서도 단기·중기·장기로 시장을 분석한다. 단기 경제나 부동산, 중기 노동시장, 장기 교육, 인구 문제가 대표적이다. 시간이 갈수록 잘못된 정책은 문제를 크게 일으키게 된다. 단기에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지, 시간이 흐르면서 그 구멍은 점점 커지게 된다.

선거에 나오는 후보나 정부는 “정말 우리 국민의 살림살이는 나아졌는가?”에 계속해서 질문해야 한다. 정책이 나왔을 때 정책 자체와 더불어 다른 시장과 국민생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고려해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단지 인기가 있을 것 같거나 표가 될 것 같은 정책만을 펼쳐서는 매우 곤란하다. 경제적으로나 민생 측면에서 선한 정책이라고 시장은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고 그 선한 정책이 나쁘거나 이상한 결과를 가지고 올 수도 있다. 따라서 법이나 정책적인 변화 부분을 고려할 때 경제나 민생도 고민을 해야 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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