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농업인의 날’을 아시나요
2021-11-09 11:36


오는 11일이 무슨 날이냐고 사람들에게 물어본다면 대부분 ‘빼빼로데이’라고 답할 것이다. 관련 업체들은 11월 10일과 11일 이틀 동안 1년 매출액의 56%를 판매한다고 하니 정말 놀랍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오는 11일이 제26회 ‘농업인의 날’이라는 사실이다.

농업인의 날은 농업이 국민경제의 근간임을 국민에게 인식시키고 농업인의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시키며 노고를 위로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된 법정 기념일이다. 종전의 ‘어민의 날’ ‘목초의 날’을 통합한 ‘권농의 날’이 ‘농어업인의 날’로 바뀌었다가 ‘농업인의 날’로 바뀌었다.

11월 11일을 법정 기념일로 제정한 배경은 ‘농민은 흙에서 나서 흙을 벗 삼아 살다가 흙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에서 흙 ‘토(土)’자가 겹친 ‘토월토일(土月土日)’을 상정했고, 이를 아라비아숫자로 풀어쓰면 11월 11일이 된다는 데 착안했다. 또 이 시기는 농민이 한 해 농사를 마치고 쉬며 즐기기에 좋은 시기라는 점도 고려됐다. 빼빼로 4개를 나란히 놓은 모양이라는 해석보다 훨씬 심오한 배경이 담겨 있다.

하지만 안타까운 사실은 해를 거듭할수록 농업인의 수가 급속하게 줄어든다는 것이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09년 기준으로 311만7000여명이었던 농가인구가 2019년에는 224만5000여명으로 줄어들었다. 해마다 8만7000여명 정도씩 감소한 셈이다. 또한 농가인구 중에서 65세 이상의 고령층이 차지하는 고령화율을 보면 더 심각해진다. 2009년 34.2%였던 고령화율이 2019년 46.6%로 치솟았다. 이 수치는 앞으로 농가인구는 더욱 줄어들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우리의 농촌은 갈수록 사람은 줄어들고 나이는 많아지고 있다. 요즈음 많은 사람이 도시에 살면서 농업과 농촌에 관심이 줄어들었다. 농업인의 날 역시 정부나 관련기관에서 공식적으로 기념식을 하지만 홍보가 되지 않아 일반인에겐 다소 생소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의 부모님 또는 그분들의 형제자매 중에 농촌에 살고 계신 분들이 많다. 농업인의 날을 우리와 관련 없는 날로 여길 게 아니라는 말이다. 농촌에서 힘들게 땀 흘리며 일하는 농업인들에게 조금 더 관심을 가져보자.

값이 조금 저렴하다고 수입 농산물을 살 것이 아니라 우리 땅에서 우리 땀으로 만들어진 농산물을 찾아서 먹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우리 농산물을 먹어서 몸이 건강해지고, 농업인들은 소득이 올라서 정신이 건강해질 것이다. 우리 농업인들이 건강해야 우리 농업과 농촌이 건강해질 수 있고 우리의 먹을거리가 안전할 수 있다. 농업은 국가경제를 받쳐주는 든든한 뿌리 같은 존재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농업인의 날이 더 잘 연상되도록 하자는 좋은 취지로 11월 11을 ‘가래떡데이’와 병용하자는 움직임도 정부 차원에서 있었고 호응 속에 마케팅도 이뤄진 바 있다. 긍정적이고 바람직하다. 11월 11일이 우리 농업 및 농촌의 소중함을 국민에게 알리고 농업인의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하자고 제정한 법정 기념일인 ‘농업인의 날’이 ‘빼빼로데이’ 때문에 그 의미가 묻히지 않기를 바란다.

안상준 농협중앙회 경주환경농업교육원 교수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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