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탈 여우’가 써내려가는 미러클 두산…7년 연속 KS 진출 ‘가을의 전설’
2021-11-11 10:02


연일 신들린 타격으로 팀을 이끄는 페르난데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김성진 기자] 두산팬들이 하는 농담 중에 ‘봄 여름 두산 겨울’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가을이 되면 어떤 팀도 넘보지 못할 경기력으로 우승권을 오가는 팀에 대한 극찬의 의미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수년째 가을야구 문턱에도 이르지 못하는 팀들 입장에서는 부럽고 놀라운 일을 두산이 해냈다. ‘미러클 두산’이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에서 2전승을 거두며 한국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KS)에 진출했다.

두산은 지난 1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정규리그 2위 삼성과의 플레이오프(PO·3전 2승제) 2차전에서 안타 15개와 사사구 9개를 묶어 11-3으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1차전을 6-4로 가져간 두산은 이로써 2연승으로 시리즈를 마감하며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9월 초 7위까지 추락한 두산을 보며 ‘올해는 어려울지 모른다’고 우려했던 팬들은 정규리그를 4위로 마감한데 이어 키움, LG, 삼성을 연파하고 한국시리즈에 오르는 과정을 보며 열광하고 있다. 두산은 14일부터 kt와 7전4승제의 한국시리즈를 펼친다.

가을만 되면 극강모드로 돌변하는 두산의 힘은 무엇일까.

▶FA공백 비웃는 ‘잇몸야구’=김현수 양의지 민병헌 오재일 최주환. 모두 두산야구를 대표하던 선수들로 FA자격을 얻은 뒤 이적한 선수들이다. 보통의 팀들은 이 정도 주력 선수들이 빠져나갈 경우 휘청거리는게 정상이다. 그러나 한명도 아니고 이처럼 많은 선수가 빠져나가도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오른 두산을 보면 놀라울 수 밖에 없다. 보상 선수로 영입한 박계범은 노장 김재호의 뒤를 받쳐주고 주전자리에 다가섰다. 오재일의 공백을 메우려 LG와의 트레이드로 양석환을 영입한 것도 ‘신의 한수’가 됐다. 역시 트레이드로 불펜보강차 영입한 홍건희는 이영하와 함께 두산마운드의 수호신이 됐다. 화수분이라 불리던 때만큼 새 얼굴이 등장하진 않지만, 적재적소에 필요한 선수를 보강하는 안목이 뛰어났다.


두산 수비의 상징 정수빈. 연합뉴스

▶마운드 약점 상쇄시키는 ‘철벽수비’=LG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신들린 수비를 펼친 정수빈은 두산 수비의 상징적인 존재 중 하나다. 지난해 FA자격을 얻은 뒤 3루수 허경민과 함께 두산과 계약을 맺었을 당시 ‘후하게 받았다’는 평이 오가기도 했지만,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자신이 왜 두산에 필요한 선수인지를 유감없이 증명했다. 발이 느린 김재환(좌익수) 정도를 제외하면 특별히 허점이 보이지 않는 두산 수비는 가을야구같은 큰 경기때 절대적으로 유리한 무기가 되고 있다.


두산 사령탑에 부임한 후 7년 연속 한국시리즈행을 이끈 김태형 감독. 연합뉴스

▶약해진 전력-부족한 마운드로 연전연승 거두는 ‘맹장’ 김태형=흔히 야구에서 감독에 의해 좌우되는 승수는 5% 안팎이라 할만큼 크지 않다는게 정설이다. 그만큼 선수들이 하는 경기고, 선수들의 역량이 절대적이다. 하지만 투수교체, 타자나 주자 교체, 작전지시 등 감독이 개입할 여지도 많고 이는 곧바로 성패가 드러난다. 승부처라면 바로 승부가 결정된다. 이런 면에서 두산 김태형 감독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최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선발투수가 불안하면 2회에 바로 교체하고, 마무리 투수도 7회에 올려버린다. 묘한 상황에서 상대 벤치와 신경전을 벌이는 것도 잘한다. 포스트시즌은 정규리그와 다르다. 내일이 없는 상황이다. 이때문에 평소보다 과감하고, 발 빠른 대처가 필수덕목이다. 김태형 감독이 상대했던 세팀은 분명 이런 대목에서 차이를 보였다. 필승조를 아끼고, 마무리를 아끼고 끌고가다 대량실점을 내준뒤 올리는 등 과감한 결정을 주저했고, 결국 두산에 승리를 내주고 말았다. 가을 두산의 힘은 김태형 감독의 힘이기도 하다.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지은 두산 선수들이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을이면 타오르는 다이나마이트 타선=정수빈 박계범 강승호 박세혁 등은 정규리그에서 그다지 타격에서 제 몫을 해주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가을에 이들을 만만히 본 투수들은 대가를 치른다. 이들이 하위타선에서 힘을 내주면서 페르난데스 박건우 김재환 양석환에게 기회가 이어지면서 두산 공격은 폭발한다. 쉬어가거나 피해갈 선수가 없어졌다. 정규리그 1위 kt도 이런 두산타선을 봉쇄하지 못한다면 첫 우승으로 가는 길은 험난할 수 밖에 없다.



withyj2@heraldcorp.com



랭킹뉴스


COPYRIGHT ⓒ HERALD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