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바로 보기] 나가모리 일본전산 회장의 ‘야망’
2021-11-12 11:25


코로나 사태에도 일본 상장사들의 순이익은 8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사상 최고 실적을 낸 회사도 적지 않다. 모터업계 세계 1위 일본전산(日本電産)도 그중 하나다.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1% 증가한 9106억엔(9조5613억원), 순이익은 38% 늘어난 676억엔(7098억원)에 달했다. 올해 연간 매출은 1조8000억엔, 순이익은 1480억엔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일본전산은 1973년 창업 이후 정밀모터로 성장해온 기술 중심의 일본형 제조업체다. 교토의 시골 창고에서 직원 4명으로 출발한 이 회사는 노트북, 스마트폰에서부터 로봇, 전기자동차(EV) 등 거의 모든 구동제품에 들어가는 정밀모터를 만든다. 컴퓨터에 들어가는 스핀모터시장의 점유율은 80%로, 압도적 1위다. 휴대전화용 소형 정밀모터에서도 세계 1위다. 계열사는 330여개, 임직원은 11만2500여명이다.

일본전산을 키운 나가모리 시게노부(永守重信·77) 회장은 뚝심이 강한 경영자다. 그가 사업을 시작한 1970년대 초반 선발 모터업체들이 100개를 넘었다. 국내에 마쓰시타, 히타치, 도시바 등이 있었고, 해외에도 GE, 필립스 등 쟁쟁한 메이커가 즐비했다. 당시 중소기업의 모터사업부에 근무하던 6년차 샐러리맨 나가모리는 ‘모터’ 하나에만 집중하면 대기업을 이길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최고 품질의 정밀모터를 개발하면 업계를 평정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그는 창업동지들과 함께 사표를 쓰고 도전에 나섰다.

나가모리 회장이 창업 직후 내건 “돌아가고 움직이는 모든 분야에서 넘버원(No.1)업체가 되자”가 지금도 일본전산의 장기 비전이다. 오는 2025년 매출 4조엔, 2030년 매출 10조엔 달성을 중장기 목표로 삼고 있다. EV용 구동모터를 차세대 주력 제품으로 키우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전기차가 대중화되는 2030년께 구동모터시장에서 점유율 45%를 목표로 한다. 이 회사의 구동모터 시스템인 ‘E-Axle’은 모터, 인버터, 감속기 등을 조합한 방식이다. 앞으로 배터리와 모터가 자동차산업을 책임지는 시대가 열려 구동모터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회사 측은 예측한다.

나가모리 회장은 지난 6월 말 자신의 후임 최고경영자(CEO)로 닛산자동차의 부사장 출신인 세키 쥰을 발탁했다. 회사 내부 경영자보다 자동차업계를 잘 아는 외부 인재를 선택한 것이다. 급성장하는 전기차시장에서 세계 1위를 하려면 자동차전문가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올 하반기 들어 일본전산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자동차업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대만 폭스콘과 전기차용 구동모터 생산을 위한 조인트벤처(JV)를 추진 중이다. 미국 테슬라와의 제휴설도 흘러나온다.

일본전산은 직원을 강하게 몰아붙이는 사훈(즉시 한다. 반드시 한다. 될 때까지 한다)으로도 유명하다. 나가모리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50년 지속 성장 비결에 대해 “경영의 정답은 언제나 현장에 있다”고 강조했다. 전기차 시대의 주역 자리를 놓고 제조업계 강자들이 속속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최후의 글로벌 승자가 누가 될지 주목된다.

최인한 시사일본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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