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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This country is weird(이 나라는 이상해)”(해외 커뮤니티 레딧 이용자)
“비디오게임에 대해 시대를 역행하는 인식(backwards view)을 갖고 있다”(해외 커뮤니티 레딧 이용자)
청소년의 심야 PC게임을 금지하는 강제적 ‘셧다운 제도’가 폐지됐다. 2011년 시행된 후 10년 만이다. 당초 청소년의 수면권 및 학습권 등을 보호할 목적으로 시행됐으나 매번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전세계 인기를 끌며 ‘초통령’게임이라 불리는 마인크래프트가 한국에선 셧다운제로 인해 성인용 게임이 되면서 한때 국내·외 조롱을 사기도 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 11일 본회의서 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0시∼오전 6시 인터넷 게임 제공을 제한하는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은 청소년 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내년 1월부터는 청소년 본인이나 보호자가 요구하면 원하는 시간대에 게임 이용을 차단할 수 있는 ‘선택적 셧다운제’로 대체된다. 지난 19대, 20대 국회서 두 차례 개선 추진이 불발 됐으나 드디어 마침표를 찍었다.
2011년 셧다운제 시행 안내 [여성가족부 제공]
셧다운제는 지난 2004년 청소년의 수면권 확보대책 마련 논의에서 출발했다. 당시 기독교윤리실천운동, 한국청소년마을 등 시민단체는 청소년들의 수면권을 빼앗는 원인 중 하나로 게임을 지목했다. 이를 토대로 온라인게임 이용시간 제한을 촉구하며 강제적 ‘셧다운제’ 도입을 제안했다. 이후 셧다운제 도입 시도가 지속됐으나 게입업계의 자정 노력과 ‘과잉 규제’라는 일각의 반발로 진통을 겪었다. 결국 2011년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면서 셧다운제가 시행됐다.
셧다운제 도입 후 실효성 논란은 계속됐지만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는 셧다운제 개선에 소극적 입장을 보였다. 진선미 전 장관은 셧다운제 폐지할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중학생은 잘 먹고 잘 자야 하는 것 아니냐. 밤 12시부터 오전 6시까지 (게임을 할) 시간을 줘야 하는가”라며 사실상 폐지 의사가 없음을 시사했다.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도 인사청문회에서 “현행 셧다운제는 최소한 건강한 청소년 성장을 위한 제도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전세계 '초통령'게임으로 불리는 마인크래프트가 셧다운제로 인해 국내서만 ‘만 19세 이상 이용 가능’ 게임이 됐다. 마인크래프트 자바 에디션 공지 화면 [마인크래프트 홈페이지 갈무리]
폐지 논의가 급물살을 탄 계기는 지난 7월 글로벌 인기 게임 ‘마인크래프트’가 국내선 19세 이상 이용자만 가능하다는 공지가 나면서다. 게임을 서비스하는 마이크로소프트(MS)는 PC용 버전(마인크래프트 자바 에디션)의 보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 초부터 모바일·콘솔·PC 통합 버전인 ‘베드락 에디션’과 계정 통합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MS는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는 특정 연령대의 이용을 차단하는 ‘한국용 서버’를 별도로 구축하기 힘드니 아예 성인만 계정을 만들 수 있게 방침을 바꿨다.
‘초통령’ 게임이 한국서만 ‘19세 미만 금지’가 되자 비난의 화살은 강제적 셧다운제로 쏠렸다. 세계적 온라인 커뮤니티인 ‘레딧(reddit)’에도 공유되며 조롱을 샀다. 해외 누리꾼은 “한국은 실명을 확인하고 게임 콘텐츠를 검열하고 이용에 제한을 두는 것에 너무 공격적(aggressive)”이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비디오게임에 대해 시대를 역행하는 인식(backwards view)을 갖고 있다” “관련 부처가 존재 이유를 입증하기 위해 필요 없는 규제들을 만들고 있는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셧다운제 폐지’ 청원 2건은 10만명을 넘었서기도 했다.
여성가족부는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등과 협조해 건전한 게임 이용 교육, 과몰입 예방 조치 및 치유 캠프 확대 등을 지원해나갈 방침이다.
정영애 여가부 장관은 “법 개정으로 청소년의 자율성에 기반한 게임 과몰입 예방 정책이 마련됐다”며 “앞으로 매체 환경 변화에 맞춰 미디어 과의존 청소년에 대한 교육, 상담, 치유 지원을 강화하는 등 청소년 보호 주무 부처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dingd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