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연합]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 동향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외신 보도 중 일부.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한국 대선판은 네거티브전과 후보자들의 부패 의혹으로 진흙탕에 빠졌다.”
독일 도이치빌레는 지난 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경쟁구도에 대해서 이같이 묘사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 미국 블룸버그 통신, 프랑스 일간 르몽드 등 해외 유명 매체가 한국 대선구도를 묘사하기 위해 가장 많이 언급하는 건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인 ‘오징어게임’이다. 한국사회의 양극화와 승자독식 구조가 현재와 같은 대선 구도의 배경이라는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한 통신사 소속 기자는 “탄핵으로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을 때 다수의 외신은 한국이 민주화 성숙기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며 “그러나 집값 상승과 민주당 고위인사의 검찰수사 등을 거치면서 진영이 양극화하고, ‘정권교체’ 여론이 강해지면서 보수정당 지지율이 다시 높아진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외신에서는 이 후보와 윤 후보의 경쟁 구도뿐만 아니라 정권교체 여론이 부상한 배경을 분석하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르몽드의 필리프 메스메 도쿄특파원은 지난 5월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 하락 배경에 20대 청년층이 이탈이 있다며 지난 4월 보궐 선거에서 여당의 패배를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와 비리의혹, 집값 폭등 등에 대한 (중간평가) 국민투표(referendum)”라고 분석했다. 또 이른바 ‘586세대’에 대해 “다수가 민주당 지지자들이며 권력을 쥐고 있다”며 “스스로 ‘헬조선’이라고 부르며 어려움을 겪는 한국 청년들은 민주당 정권창출에 기여했으나 ‘꼰대’들의 위선을 참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대선의 ‘캐스팅보터’로 떠오른 2030 표심에 대한 분석을 시도하는 움직임도 눈에 띄고 있다. 수미 테리 우드로윌슨센터 국장은 지난달 28일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진행한 동북아시아 대선 세미나에서 “일본과 마찬가지로 2030표심이 한국의 대선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며 “흥미로운 지점은 한국에서 2030세대는 진보정당에 투표한다는 인식이 강했는데, 이번 대선에서는 보수정당에 지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매체들은 전반적으로 이 후보와 윤 후보를 정계 ‘아웃사이더’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 후보의 경우,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후보를 ‘한국판 버니 샌더스’라고 소개하며 2030세대의 지지를 확보하고 양극화에 대한 여론을 달래기 위해 ‘기본소득’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이 후보에 대해 “반(反)기득권 성향으로 정권교체 여론이 강한데도 불구하고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노동자들의 영웅’과 같은 인물이라고 전했다.
윤 후보는 이른바 ‘손바닥 왕(王)자’ 논란으로 외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영국 인디펜던트지와 이코노미스트지는 윤 후보에게서도 샤머니즘적 경향이 있는지에 관심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신기자는 “정치스캔들이 터질 때마다 샤머니즘 논란이 반복됐기 때문인 거 같다”며 박근혜 탄핵 당시에서 외신에서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샤머니즘’ 요소에 관심을 보였던 사례를 언급했다.
블룸버그 통신과 이코노미스트지 일간서비스인 이코노미스트 에스프레소는 윤 후보에 대해 “정치 혜성(신인)과 같은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이코노미스트 에스프레소는 윤 후보가 “정치거물들과 거침없이 대적한 것으로 유명세를 날렸다”며 “검찰총장이 된 이후 민주당 고위인사들, 특히 2명의 법무장관(조국, 추미애)과 갈등한 것으로 보수층의 지지를 업고 대선후보가 됐다”고 했다. 매체는 윤 후보가 잇단 발언논란과 모호한 정치비전에 따른 정치경험 부족문제 등을 극복하지 않으면 정치행보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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