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대선 드라마의 재미
2021-11-19 11:03


당사자들은 절박하고, 사투를 벌이는 게임이지만 관객의 시선으로 보면 드라마적 재미가 많은 게 대선이다. 올해 최고의 흥행작 ‘오징어 게임’처림 말이다.

역대 대선을 ‘다시 보기’하면 희대의 라이벌(김영상 vs 김대중), 영원한 2인자(김종필), 흙수저 출신의 풍운아(노무현), 자수성가형 CEO의 성공과 추락(이명박), 재벌 부자의 도전과 좌절(정주영·정몽준), 부녀 대통령 탄생(박정희·박근혜), 판사 출신의 ‘대쪽’(이회창), 흙수저(노무현)와 금수저(정몽준)의 단일화, 친구의 업을 계승한 숙명형(문재인) 등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이들의 도전과 좌절, 재기, 연대, 반전이 만들어내는 묘미가 대선 드라마의 몰입도를 높였다.

내년 3월 20대 대선은 이재명(더불어민주당)과 윤석열(국민의힘) 양강 구도로 짜였다. 둘의 대비되는 뚜렷한 개성과 예측 불허의 파노라마가 또 한 편의 드라마를 기대케 한다.

둘은 국회의원 경험이 전혀 없는, ‘0선’ 후보다. ‘여의도 정치’ 경험이 없는 거대 양당의 후보가 대선에서 맞붙은 것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정계 아웃사이더인 둘은 모두 ‘도장깨기’로 대선주자 반열에 올랐다. 5~6선 의원에 당대표, 총리 경력의 ‘정치베테랑’들이 이들이 일으킨 강풍에 추풍낙엽처럼 떨어졌다. 이 후보는 삼엄한 ‘친문’ 견제를 뚫었고, 윤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감옥으로 보낸 ‘보수의 원흉’에서 정권교체를 담보할 ‘보수의 희망’으로 거듭나는 기막힌 반전을 일궈냈다.

둘은 그러나 공통점보다 차이점이 두드러진다. 이 후보는 ‘소년공-인권변호사-행정가(성남시장·경기도지사)’의 이력을 밟으며 흙수저 신화의 길을 걸어왔다. 청년수당, 무료 산후조리원, 기본소득, 국토보유세 등 주요 정책이 ‘억강부약’의 원칙에 터 잡고 있다. 윤 후보는 부친이 명문대 교수인 금수저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고 국민에게 충성한다”는 어록, 조국 수사 등 살아 있는 권력에도 칼을 들이대는 ‘강골 검사’ 이미지로 팬덤을 쌓았다. ‘유능한 행정가 vs 법치의 화신’ 서사가 팽팽한 긴장관계를 형성하며 극적 텐션을 높인다.

20대 대선 드라마의 결정적 장면은 ‘사법 리스크’가 몰고 올 파장이다. 지금 흐름은 ‘대장동 의혹’ 수렁에 빠진 이 후보가 크게 불리한 상황이다. 대장동은 문재인 정부 때 폭등한 집값, LH 사태를 이으며 부동산 민심의 역린을 건드린 초대형 악재다. 이 후보의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혀 있는 반면 윤 후보는 정권교체의 세가 커지며 이 후보와 격차를 벌리는 모양새다. 하지만 대역전극이 펼쳐지는 상황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윤 후보 본인(고발 사주)과 부인, 장모를 둘러싼 소위 ‘본·부·장 의혹’의 수사 결과에 따라 극적 반전이 일어날 수 있다. 33년 숙적인 김종인과 이해찬이 둘의 ‘깐부’가 돼 펼칠 대결도 흥미롭다. 제3지대 후보인 심상정, 안철수, 김동연 후보의 득표력과 막판 양강 후보와의 연대나 단일화 여부도 관전포인트다. 재미와 감동이 함께 가야 드라마는 성공한다. 20대 대선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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