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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출산율 저하는 이미 전 세계 주요 선진국과 상위 개발도상국에서 일반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현상이다. 세계 인구 1위인 중국마저도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를 걱정하는 상황이다.
세계 인구 3위인 미국에선 출산율 하락 추세는 이미 오래 전부터 계속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란 공중 보건 위기와 경제 위기가 겹쳤던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후 일시적 ‘베이비붐’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문가의 예상도 보기 좋게 빗나갔다.
미국인들의 저출산 경향은 시간이 지날 수록 나아질 기미 없이 심화되는, 사실상 일방통행의 길로 나아가는 중 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출산율 감소의 주된 원인은 둘째나 셋째를 출산하지 않으려는 경향 때문이 아니라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무자녀’ 가정을 원하는 부부가 증가하는게 주된 요인이란 것이다.
가족연구소(IFS)의 라이먼 스톤 연구원은 “팬데믹 기간 동안 자녀를 전혀 낳지 않겠다던 미국 가정의 경향성이 이후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지난달 18~24일 미국 18~49세 성인 1만134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에서도 이 같은 경향성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조사 대상 중 아직 자녀가 없는 18~49세 성인 중 44%는 아이를 낳을 가능성이 낮거나 전혀 없다고 응답했다. 이는 3년전(37%)에 비해 7%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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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대가 낮을수록 자녀를 낳지 않겠다는 의지가 더 강했다.
자녀가 없는 40세 미만 성인들은 60%가 자녀를 낳을 가능성이 낮다고 대답한 반면, 40~49세 성인들은 노화 등의 신체적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46%가 자녀를 낳을 가능성이 낮다고 대답했다.
자녀 계획이 없다고 응답한 가장 큰 요인은 바로 경제적 이유 때문이었다. 40세 미만 부모의 4분에 1이 넘는 26%가 경제적 요인을 무자녀의 이유로 꼽았다.
다만, 주목할 만한 점은 기후변화·인구 과잉 등의 환경적 문제에 대한 공포를 자녀를 낳지 않는 이유로 꼽은 경우도 많았다는 점이다.
설문조사 응답자 전체의 9%가 ‘(전쟁 등) 지구촌의 안정성’, 5%가 ‘기후변화를 포함한 환경적 문제’를 각각 무자녀의 이유라고 답했다.
미국 대형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언론을 통해 환경 문제, 인구 과잉, 전쟁 등 전 세계적인 위기와 공포가 많이 알려지고 있다”며 “이 같은 공포가 출산율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세상에 대한 부모의 불안감이 출산 욕구를 바꾸는 가장 강력한 힘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톤 연구원은 “자신이 얼마나 좋은 부모가 될 것인가 항상 걱정하고, 양육이 자녀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의 출산율이 낮은 경향이 있다”며 “현실에 대한 공포감은 이와 연결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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