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이 확정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오미크론에 접근은 달랐다. 30일(현지시간) 열린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서 파월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고삐를 더 죄겠다고 선언했다. 오미크론 등장으로 경기침체 위험이 커지면 연준도 긴축 속도를 늦출 것이란 시장의 기대와는 정반대 접근이다.
이날 파월은 “경제는 아주 튼튼하지만, 인플레이션 압력이 매우 높아 자산매입 축소 일정을 몇 달 정도 당기는 게 적절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공급발 인플레를 제대로 예견하지 못해 에너지가격와 임대료 임금 상승을 일시적(transitory)이라고 표현했는데 혼란만 키웠다”며 “이제는 모호한 표현에서 벗어나 연준이 생각을 명확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스스로의 잘못도 인정했다.
파월은 어떻게 이런 결론에 도달했을까. 지난 6월 델타 변이 등장 이후 인플레가 강화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의 인플레이션은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차질에 불어난 유동성이 원자재 시장으로 몰리면서 심화된 측면이 크다. 코로나19와 유동성 모두 인플레의 원인이라는 진단이 가능하다.
파월은 전일 서면 답변서에서도 오미크론이 경기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도 인플레우려는 계속 강조했었다. 인플레를 잡지 못하면 임금상승 부담으로 이어지고 이는 소비 중심인 미국 경제에 독이 될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를 잡아야 미국 경제가 건전한 성장을 할 수 있다는 진단인 셈이다.
긴축이 증시에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란 자신감도 상당하다고 봐야 한다. 미국은 연기금 대부분이 주식시장과 연동된다. 증시가 급락하면 소비가 위축되고, 여론이 악화될 수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부담이 크다. 그런데 올 하반기 인플레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도, 연준의 긴축이 예고되면서도 미국 증시는 견조한 상승세다.
전세계 증시 가운데 유독 미국만 탄탄한 이유는 뭘까. 초저금리 덕도 크지만 ‘혁신의 용광로’ 역할 때문이다. 인터넷과 모바일에 이어 언택트까지 21세기 혁신은 대부분 미국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모바일로 전세계 투자자들이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시대다. 이는 다시 글로벌 혁신기업들의 미국행을 자극한다.
앨런 그린스펀 이후 중앙은행 수장의 발언은 늘 애매모호했다. 덕분에 책임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웠다. 하지만 최근 주요국 중앙은행 수장들의 발언은 꽤 명확해지고 있다. 달리 말하면 그만큼 확신이 강하다는 뜻도 된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시기는 이제 내년 하반기에서 1분기 말로 당겨지는 모습이다.
오미크론은 분명 변수다. 전파력이 워낙 높아서다. 치명률까지 높다면 정말 치명적일 수 있지만 현재까지의 정보로는 그렇지 않은 듯 싶다. 기존 백신이 듣지 않을 것이란 모더나의 발표는 악재다. 하지만 백신 개발과 생산 체계가 이미 충분히 갖춰졌다. 계속된 변종의 출현은 치료제 개발을 자극할 수 있다.
중앙은행이 유동성으로 금융시장에 에너지를 공급하던 시대는 저물고 있다. 본연의 역할인 인플레 파이터로 돌아가는 모습이다. 이젠 정부의 재정지출로 실물시장을 부양하는 국면으로 바뀌고 있다. 성공 여부는 얼마나 효율적으로 자원을 배분하느냐다. 증시 수혜주도 아마 이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구(舊) 산업은 아닐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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