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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오는 20일 전기 요금 인상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고된 가운데 물가관리당국과 에너지당국이 막판 치열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물가관리 당국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관리 목표를 연 2%대로 설정하고 전기와 도시가스 등 공공요금 동결 의지를 보이고 있다. 특히 내년 3월 대통령선거와 6월 지방선거 등 정치적 이벤트를 앞둔 시점에 공공요금 인상은 힘들다는 분위기다.
반면, 에너지당국은 해당 공기업 적자가 수 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점에서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무엇보다 상장사인 한전은 전체 지분 15% 이상을 갖고 있는 외국인 주주 등이 전기요금 동결시 배임 혐의로 소송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고 유가가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요금을 지속 동결하면서 수익 창출을 방해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국내 한전 소액주주단은 3분기 전기료 동결 때부터 집단소송을 예고한 상태다.
13일 정부에 따르면 한전은 오는 20일께 내년 1분기(1~3월)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홈페이지에 고시한다. 정부는 올해부터 원가를 전기요금에 반영해 분기별로 연료비 조정단가를 발표하고 있다.
정부 한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주 물가관리당국인 기획재정부와 에너지당국인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년 1분기 전기요금 인상여부를 놓고 막판 조율을 진행한 후 오는 20일 오전 한전 홈페이지에 고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속에서 업계에서는 국제유가 급등으로 전기요금 인상 압박이 커질대로 커진 상황이라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력시장 도매가격(SMP)은 월평균 킬로와트시(㎾h)당 127.06원에 이른다. 올해 1월 SMP 가격(70.65원) 대비해서 약 79.8%가 올랐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경제 회복 기대감에 국제 유가 등 에너지 수요가 늘어서다. 한전은 SMP 가격을 기준으로 발전사에 전력을 구입해 판매한다. SMP 가격이 오르면 한전 전력 구입비도 그만큼 커지기 때문에 전력을 판매하는 가격인 전기요금 인상 압박도 커진다.
이로인해 한전과 발전사 적자가 올해 4조원이상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지난 9월 국회에 제출한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조9515억원의 흑자를 냈던 한전은 올해 3조2677억원의 순손실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또 한국수력원자력과 남동·남부·중부·서부·동서발전 등 6개 한전 자회사는 지난해 도합 3329억원의 순이익을 냈으나 올해는 7575억원 상당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전과 6개 발전자회사를 합치면 지난해 2조2844억원 상당의 흑자가 올해 4조252억원 적자로 뒤집힌다
가스공사의 재무건전성도 도시가스 요금 인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도시가스 요금은 원칙적으로 연료비 가격을 반영해 홀수 달마다 책정하는데, 가스공사는 지난해 7월 민수용(주택·상업용) 도시가스 요금을 한 차례 인하한 이후 이달까지 17개월째 동결 중이다. 이로인해 지난 6월 가스공사 미수금은 7225억원이었지만 연말엔 1조5000억원으로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가스요금 동결은 당장은 좋은 일 같지만 결국 국민 부담인 것”이라며 “공기업 적자는 국민 혈세로 갚아야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차기 정권과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폭탄 돌리기’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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