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칼럼] 시간의 미학
2021-12-14 11:22


일 년이 열두 달이라는 것이 야속하기만 하다. 언제 지나갈 것인지 의문을 품기도 전에 초겨울의 설익음도, 봄의 설렘도, 여름의 뜨거움도, 가을의 넉넉함도 모두 또다시 다음 해로 떠넘기도 말았다. 늘 세월 앞에서 죄인이 된다. 다짐도, 계획도 시간 앞에선 정직하게도 갓 태어난 아기와 같다.

내년 3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어떠한 정치적 견해를 가진 집단이든 속이 시끄럽다. 왜 내가 지지하는 사람을 뽑아야 하는지도, 왜 내가 지지하지 않는 다른 사람이 되면 안 되는지도 아주 분명하다. 번번이 대선에서 반복되는 현상이다. 무엇이 내 삶을 바뀌게 하는가 진지하게 고민해볼 시점이 된 것 같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뜩 든다.

국민의힘 윤석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정의당 심상정 등 여러 후보들, 과연 내 삶을 바뀌게 하는 데 어떠한 도움을 줄 사람들인가? 진심이 통했는가? 시대는 묻고 있다. 이제는 기존의 지역 논쟁도, 좌우 간의 첨예한 대립도 환영받지 못하는 시간을 지나고 있다. 시민권의 완전한 실현을 위하여, 시민이 주인이 되는 사회를 위하여 누가 나의 삶을 대변해 줄 수 있는가?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한 목소리를 누가 내줄 수 있는가? 시민은 궁금할 뿐이고, 양심에 따라 선택할 자유를 누릴 뿐이며, 그 의지를 실현할 기회를 보고 있다.

더불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사상 초유의 팬데믹의 종말을 불행하게도 2021년 마지막까지도 기대하기 힘들 것 같다. 그저 내 가족이 건강하게, 내 주변의 사람이 아프지 않도록 ‘각자도생’할 수 있는 안락한 삶을 바랄 뿐이다. 이러한 삶이 평안하게 2021년을 마무리될 수 있도록 얌전히, 그러나 간절하게 각자가 바라고 있다.

2021년 대통령선거가 100일도 채 안 남은 시점에서 대한민국에 사는 일반적인 시민으로서, 그리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의 삶의 입장에서 비라는 것은 단 하나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 누가 대한민국의 통수권자가 되느냐는 그 누구에 대한 복수심도, 그 누군가에 대한 반발심도, 내가 무언가의 이득을 얻고자 하는 욕심도 아니다. 그저 내 삶을 자유롭게, 안전하게, 따뜻하게, 안락하게 지키고자 하는 최소한의 욕심이자 바람이다.

그저 내 가족이 따듯한 가정에서 원하는 바대로 행복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내가 원하는 바대로 일하는 만큼 그 대가를 누릴 수 있도록, 내가 노력한 만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자유롭고 행복한 사회, 이러한 사회가 자연스럽고도 당연한 모습으로 체화될 수 있는 모습, 이걸 바라는 마음이 당연한, 그리고 내가 2021년을 마무리하면서 내 아이들에게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함께 이야기하며 2022년 그 이후의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는 모습이 자연스럽기를 바란다.

‘시간은 인간이 쓸 수 있는 가장 값진 것이다.’ 그리스 철학자인 테오프라토스의 말이다. 이 시간을 누구를 위해, 그리고 어떤 목적을 위해 쓰고 있는지 되돌아보고 준비하는 2021년의 12월이 되기를 바라본다.

불필요한 논쟁도, 미래가 아닌 과거를 향한 화살도 우리에게는 중요치 않다. 단순한 2021년 겨울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각자 할당된 ‘시간’이라는 세상 제일 공평한 자원을 나의 미래를 위해, 대한민국의 큰 발전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도모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인 2021년 겨울을 보내고 있다. 끊임없는 고민과 대화의 시간이 미래를 바꾸는 원동력이 되기를 바라본다.

이윤진 서원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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