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비즈] 전기요금의 합리적 운영을 기대하며
2021-12-17 09:30


한국전력은 2021년 3분기 9000억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분기 실적으로 조 단위에 육박하는 적자 규모도 놀랍지만, 지금까지 한국전력 실적은 여름철 전력사용량이 많은 3분기에 가장 좋았던 점을 생각해보면, 이번 대규모 영업적자는 적잖은 충격을 가져왔다.

하반기부터 천연가스와 유연탄 등 발전자회사의 주 연료 가격이 크게 오른 점을 고려하면 2022년 한국전력의 실적은 올해보다도 더 악화될 전망이다. 한국전력과 같은 회사의 실적이 나빠지는 것은 결코 가볍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부분은 바로 한국전력이 시장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2020년 12월 한국전력은 원가연계형 전기요금 체계를 도입했다. 시장은 다른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연료비 연동제를 오랫동안 기다려왔기 때문에 한국전력의 연료비 연동제 도입을 환영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과거 연동제가 유보됐던 경험을 떠올리면 과연 연료비 연동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 어린 시각도 적지 않았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원가연계형 전기요금 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은 해소되지 않았다. 이는 연료비 연동제가 시행된 이후 있었던 네 차례의 연료비 단가 조정 중 절반이 동결됐기 때문이다.

한국전력 실적이 국제 원자재 가격 변동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새롭지 않다. 하지만 문제는 전기요금 체계가 개편된 후 시장과의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이러한 우려를 반영하듯 한국전력 주가는 주당 2만원대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 지분율을 살펴봐도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던 시절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다른 글로벌 유틸리티 기업들과 비교해 보더라도 한국전력은 저평가돼 있다.

한국전력은 전 세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탄소중립의 이행과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국가적 과업을 주도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대한민국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7%가 발전/에너지 부문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한국전력을 필두로 한 전력 산업의 적극적인 참여는 반드시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점차 강화되는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제도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이행하고, 재생에너지 건설과 전력계통 연계를 위한 설비투자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서도 한국전력의 재무건전성은 필수적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저탄소 성장을 위한 투자 여력은 줄어들 것이고, 대한민국의 탄소중립 이행 속도는 그만큼 늦어지게 될 것이다.

지난달 열린 글래스고 기후변화 총회에서 인상적이었던 점 중 하나는 미래 세대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컸다는 점이다. 기후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오늘의 결정을 미루면 그에 따른 부담은 미래 세대에게 고스란히 넘겨지게 된다.

전기요금도 마찬가지다. 적정 원가를 제때 반영하지 못하는 전기요금에 대한 부담은 결국 미래의 전기사용자에게 전가되는 셈이다. 원가를 제대로 반영하는 전기요금 체계에 대한 합리적인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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