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는 10억원 번다는데” ‘돈 버는 게임’ 한국은 왜 안돼?
2021-12-18 14:42


위메이드의 P2E 게임 '미르4' [위메이드 제공]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미국에서는 게임으로 억대 수입 올린다는데… 한국은 ‘돈 버는 게임’ 무조건 퇴출! 게임으로 돈 번다고 다 ‘도박’인가요?”

이른바 ‘돈 버는 게임(P2E, Play to Earn)’으로 알려진 ‘무한돌파 삼국지’가 등급 분류 취소 처분을 받으면서 P2E 게임 논란이 커지고 있다. ‘P2E’란 게임을 하며 수익을 번다는 의미다. 미국에서는 로블록스(Rolox)를 통해 수천만~수억원대 수입을 내는 이들도 수두룩하다. 로블록스로 ‘대학 등록금’을 낸 이용자도 있다.

게임 업계 또한 P2E 모델을 주목 중이다. 게임 이용자에게 재미와 수익을 동시에 안겨줌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 신규 이용자 확보를 통해 정체된 게임 산업을 부흥 시킬 ‘패러다임’으로 보고 있다.


나트리스 '무한돌파 삼국지'

하지만 국내에서는 게임법의 엄격한 규제로 P2E 게임 출시 자체가 불가능하다. 게임법이 사행성 우려로 게임 내 재화를 환전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게임법의 엄격한 잣대로 업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좌초할것을 우려 중이다.

게임물 관리위원회는 ‘무한돌파 삼국지’가 게임 내 코인을 클레이(KLAY) 코인으로 교환할 수 있다는 점을 문제로 판단, 등급분류 결정 취소 처분을 내렸다. 해당 게임은 의견 수렴 등의 절차를 거쳐 앱마켓에서 퇴출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로블록스’로 억대 수익 개발자 수두룩

미국의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 이용자들은 로블록스 내 게임 활동을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P2E 게임의 대표주자는 미국의 로블록스(Roblox)다. 로블록스 내 가상화폐 로벅스를 10만개 이상 모으면, 코인 하나당 0.0035달러로 환전이 가능하다. 1999년생 알렉스 발판즈(Alex Balfanz)는 고등학교 3학년 때 로블록스 플랫폼 내에 ‘탈옥수와 경찰(Jailbreak)’이라는 게임을 만들었다. 로블록스 이용자들이 그의 게임을 플레이하고, 아이템을 구매했다.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그는 100만 달러, 우리돈 11억 8000만원 상당의 수익을 올렸다.

지난해 로블록스 내 127만 명의 개발자가 평균 1만 달러(13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상위 300명의 평균 수익은 10만 달러(1억 1300만원)가 넘는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런 사례가 생길 수 없다. 글로벌 흥행 중인 국내 게임사의 P2E 게임이 정작 국내에서는 P2E 모델을 제외하고 출시되기도 한다. 위메이드의 ‘미르4’다. ‘미르4 글로벌’은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게임 속에서 광물을 위메이드의 가상화폐로 환전할 수 있다. 글로벌 동시접속자 수가 130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승승장구 중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미르4’로 돈을 벌 수 없다 .

게임법 수정·규제 샌드박스 도입 필요…“P2E 개념부터 잡아야”

스카이피플의 P2E 게임 '파이브스타즈 포 클레이튼'. 지난 5월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등급 분류 결정을 취소하자, 가처분 및 행정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6월 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에서 승소, 본안 소송 진행 동안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는 낡은 게임법 개정 필요성을 지적한다. P2E, NFT(대체 불가능 토큰) 게임, 블록체인 게임 등 용어 개념이 잡히지 않은 것은 물론 암호화폐와 가상자산 거래소 관련 규제도 혼선을 빚고 있는 만큼,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도입해 우선은 산업을 키우는 방법도 제시된다.

업계 관계자는 “2004년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게임에서 ‘환전’은 금지이자 금기 사항이 됐다. 거의 20년 전 법으로 ‘메타버스’ 시대의 게임을 판단하니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며 “P2E 게임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도 되어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위메이드는 미르4를 P2E 모델이 적용된 글로벌 버전과 그렇지 않은 국내 버전으로 나뉘어 출시했다.

논란이 된 ‘P2E 게임’ 정의부터 우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P2E 게임이 눈길을 끌면서 제대로 된 수익 모델이나 기술 비전 없이 ‘P2E 게임’을 표방한 ‘엉터리 게임’도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게임 내 재화를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코인으로 바꿀 수 있다고 홍보한 뒤, 코인 가격이 오르면 업체가 ‘먹튀’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박형준 성균관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규제 샌드박스’ 도입을 제안했다. 박 교수는 지난 10일 열린 ‘2021 게임물관리위원회 정책 세미나’에서 “NFT나 P2E 등 최근 논란이 된 이슈에 대해 당장 결론을 내기보다는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며 “샌드박스에 올려놓고 어떤 결과가 나올지 실증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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