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메스’ 선대위...줄사퇴론부터 통폐합·해체론 ‘부글’
2021-12-22 11:10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상섭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당 대표의 상임선거대책위원장직 사퇴라는 초강수를 막지 못하면서 또 리더십 위기에 봉착했다. 당장 당 안에선 윤 후보의 안일했던 상황 인식, 소통 부족 등이 문제를 키웠다는 말이 적지 않다. 윤 후보가 ‘울산 회동’으로 당내 분란을 수습한 지 불과 18일 만에 국민의힘 선대위는 다시 한번 격한 내분에 휩싸였다.

김철근 국민의힘 당 대표 정무실장은 22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준석 대표의 결단 배경을 놓고 “지난 6일 출범한 선대위가 400명이 넘을 만큼 비대해졌으나 공약 하나 변변히 나오는 것 없고, ‘김건희 건’도 사과에만 3일이 걸렸다”며 “(추경 현안에도)윤 후보는 50조원,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100조원으로 이견이 있는 양 나오는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게 (이 대표 마음 속에)누적됐던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이 대표의 선대위직 사퇴의 계기는 조수진 최고위원과의 충돌이었지만 배경에는 선대위에 따른 불만 누적이 있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윤 후보는 당의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도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 행동했다. 그는 ‘하극상’ 논란을 부른 이 대표와 조 최고위원 간 충돌을 놓고 “이견이 있는 게 민주주의”라고 했다. 윤 후보는 이 대표의 선대위직 사퇴 예고에도 “시스템 문제라기보다 우연히 발생한 일”이라며 “당사자들끼리 오해를 풀면 되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김 총괄선대위원장은 전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후보의 말이 외려 이 대표를 더 자극하지 않았나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안에서는 윤 후보가 여전히 이른바 ‘윤핵관’(윤 후보 측 핵심 관계자)과의 소통에만 치중했다는 말이 나온다. 복수의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윤 후보가 배우자 김건희 씨 허위 경력 의혹을 놓고 사흘만에 고개를 숙인 일, 부적절한 발언에 공동선대위원장에서 물러난 노재승 씨 영입을 고집하고자 한 일 모두 윤핵관의 개입이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 안에선 진작부터 빠른 사과와 조속한 인사 철회 등의 주문이 있었으나 윤 후보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청년지지층의 반발을 부른 ‘페미니스트’ 신지예 씨 영입도 당 내 조율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졌다.

이 대표와 가까운 김용태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와 관련해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핵관들이 서로 눈치 보기에 바빠 직언을 제대로 못했던 것 같다”고 했다.

선대위 전체에 드리운 ‘오만’이 이번 사태의 씨앗이 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로 선대위에는 정권교체 바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도덕성 리스크’ 등으로 국민의힘이 무난히 대권을 잡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만연했다.

이 대표의 선대위 보직 사퇴 뒤 선대위 재편론이 부상하고 있다. 김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선대위를 거대하게 만들어놔 움직일 때 효율적이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는 앞으로 보면 될 것”이라며 ‘메스’를 쥘 뜻을 밝혔다. 당 안팎에선 선대위 내 실세로 거론되는 본부장급 인사들의 일괄 사퇴, 20개가 넘는 선대위 내 각종 위원회 통폐합부터 아예 선대위를 해체해야 한다는 강경론도 거론된다. 선대위 관계자는 “윤 후보 체제가 완성된 후 선대위 인선 갈등, 김건희 씨 의혹만 거론되고 있다. 윤 후보가 직접 정책 공약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지금의 선대위가 제대로 작동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원율 기자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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