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의 입심 기댄 與 “토론 늘리자”…野 “尹 못할거란 생각 안타까워”
2021-12-23 11:12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이상섭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선거 전 법정 방송 토론회 횟수를 늘리자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연일 압박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와 윤 후보의 ‘토론 맞대결’이 더 빨리 그리고 더 많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공식 TV토론 횟수를 늘리는 법안을 발의하는 한편, 내년 1월 ‘단독 처리’도 불사하겠다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23일 민주당에 따르면 전용기 의원과 김승남 의원은 선거방송토론휘원회가 주관하는 공식 대담·토론회 횟수를 늘리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한 상태다. 현행법상 대선 후보 방송토론회는 ‘3회 이상’ 실시하도록 돼있는데, 이것만으로는 유권자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기에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에 전용기 의원안에는 대선 공식선거운동 기간 동안 ‘3회 이상’으로 돼있는 조항을 ‘7회 이상’으로 수정하는 내용이, 김승남 의원안에는 대선 후보가 결정된 직후부터 공식 선거운동 기간 전까지 3회토론을 더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번 대선의 공식 선거운동기간은 내년 2월15일부터 3월8일까지 총 22일인데 전 의원안은 이 기간 동안에 7번의 토론을, 김 의원안은 2월15일이 전에 3회의 토론을 더 하자는 것이다. 전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선 후보자들의 정책, 비전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 증진 차원”이라며 “우리 당 후보가 토론에 유리하다고 판단해서 많이 하자고 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해당 법안 처리를 즉각 추진하면서 여차하면 단독처리도 불사한다는 방침을 숨기지 않고 있다. 당 선거대책위원회 방송토론콘텐츠단장을 맡고 있는 박주민 의원은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법 발의 등을 통해서 (국민의힘을) 압박 해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받는다, 또 국민들의 토론 요구가 굉장히 높다 그러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입법에 나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희들이 의지를 갖고 있고, 또 국민의힘은 아니더라도 정의당이나 이런 야당에서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지 않느냐. 그렇게 된다면 의사일정을 (내년 1월에) 긴급하게 잡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선거 관련 법안은 여야 합의로 통과시키는 게 관례 아니었느냐’는 질문에 “반드시 그랬던 건 아니다”라고도 했다.

민주당이 이처럼 공식 TV토론 횟수 늘리기 작업에 집중하는 건, 윤 후보가 언론단체 및 시민단체들이 주관하는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이 후보와 맞붙는 ‘투샷’을 지속적으로 회피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토론에서 일대일로 붙어야 득점을 할 수 있는데, 그럴 기회 자체가 마련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에 대해 “민주당의 이번 법안 발의는 언론사 또는 시민단체 초청 토론회에 나오라는 압박 수단이자, 윤 후보가 토론을 회피한다는 이미지를 심는 공세로 활용하는 다중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만약 TV토론이 늘어나게 될 경우 두 후보 지지율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TV토론은 주로 양 진영 지지층들이 열심히 보기 때문에 드라마틱한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했고,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두 후보가 국민들에게 해명해야 할 것들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과거 대선의 어느 TV토론보다도 영향이 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 원장은 “캐스팅보트인 중도층 입장에선 이들의 해명 내용뿐 아니라 해명하는 태도 등이 판단에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론에 능한 것으로 알려진 이재명 후보에게 실제 유리하게 작용할지도 주목된다. 엄경영 소장은 “실제 경선 때 이재명 후보도 TV토론에서 별 재미를 못봤다”며 “윤 후보도 그동안 학습을 많이 했고 방송토론은 후보들의 토론 실력뿐 아니라 외모나 시선 처리, 태도, 진정성 등이 종합적으로 판단되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론적으로 이 후보가 유리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라디오에서 민주당의 TV토론 개정안에 대해 “모든 입시제도는 공부를 가장 열심히 한 사람이 성공하도록 돼 있다”면서 “민주당이 제도 변경한다고 자기들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건 유치하기 짝이 없는 발상이고 우리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보다 토론 못 한다고 생각하는 건 참 안타까운 생각”이라고 했다. 배두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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