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디즈니플러스에서 유료 결제한 이용자 중 30~40대 남성이 52.5%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김현일 기자.
[헤럴드경제 김현일 기자] 월트디즈니가 지난 달 한국에서 야심차게 선보인 OTT(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 디즈니플러스가 졸지에 ‘아재들의 놀이터’가 됐다.
어플리케이션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디즈니플러스가 출시된 11월 한 달 동안 가장 많이 유료 결제를 한 연령층은 30대 남성이었다. 전체 결제금액 172억원 중 34.4%(59억원)에 달하는 금액이 30대 남성들의 주머니에서 나왔다. 이는 만 20세 이상 신용카드나 체크카드, 계좌이체 등으로 결제한 금액을 표본조사한 결과다.
그 다음으로 디즈니플러스 콘텐츠 결제에 돈을 많이 쓴 이들은 20대가 아니라 40대 남성(18.1%)이었다. 디즈니플러스가 오리지널 콘텐츠 부족 탓에 초반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30~40대 ‘아재’들이 디즈니플러스의 실낱같은 인기를 겨우 떠받치고 있는 셈이다.
반면 20대 남성 비중은 11.4%, 20대 여성은 8.8%에 그쳐 디즈니플러스에 대한 충성도가 상대적으로 약했다. 디즈니플러스가 출시 초반 젊은층을 사로잡지 못하면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와이즈앱 자료]
경쟁 플랫폼인 넷플릭스가 20대를 견고한 지지 기반으로 두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차이점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올해 2월 기준 20대가 넷플릭스에서 결제한 금액은 229억원(31.4%)으로, 전 세대를 통틀어 가장 많았다. 30대가 195억원(27.0%), 40대 160억원(22.1%), 50대 이상 142억원(19.5%)으로 그 뒤를 이었다.
넷플릭스가 지금보다 대중화되기 이전인 지난해 2월만 하더라도 20대의 유료결제 비중은 44.1%에 달할 만큼 압도적이었다. 이처럼 20대가 주도하는 상황에서 오리지널 콘텐츠의 잇단 출시에 힘입어 이용자 층을 30~40대로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토종 OTT인 티빙 역시 최근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의 흥행으로 젊은 여성들의 공감을 얻으며 이용자를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반면 디즈니플러스는 기존에 개봉했던 마블이나 디즈니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다수여서 ‘디즈니 충성도’가 높은 일부 마니아층을 끌어들이는 데 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칫 ‘키덜트(아이같은 감성과 취향을 지닌 어른)의 OTT’로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와이즈앱은 “디즈니플러스 론칭 후 한 달간 디즈니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는 입증됐다”면서도 “충성도를 길게 가지고 가기 위해선 한국 시장을 공략할 로컬 콘텐츠 투자로 접근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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