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때려치우고 ‘인생역전’” 20대 엄청난 수입, 알고 보니…
2021-12-28 19:19


이모티콘 ‘늬에시’ 시리즈를 그린 박철연 작가.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부업으로 시작했는데 첫 매출이 회사 ‘월급’보다 많았습니다. 연차가 쌓일수록 ‘월급으로는 답이 없다’고 생각하던 터라 회사를 그만두고 이모티콘에 전념했습니다. 카카오톡 이모티콘은 저에게 ‘인생역전’이었죠.”

카카오톡 인기 이모티콘 ‘얄미운 늬에시’를 만든 박철연(32) 작가의 말이다. 늬에시 시리즈는 2018년에만 100만개 넘게 팔렸다. 박 작가의 월평균 수입은 직장인 시절의 3~4배 수준이다.

이모티콘시장이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 억대 수입을 벌어들인 이모티콘작가를 찾는 것도 어렵지 않은 일이 됐다. 2011년 카카오톡 이모티콘 서비스가 시작된 뒤 총 5개의 이모티콘 시리즈가 100억원 이상의 누적 매출을 기록했다. ▷50억원 이상 43개 ▷10억원 이상 92개 ▷1억원 이상 1392개다.

일찍이 이모티콘시장에 진출해 억대 수입을 올린 인기 작가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늬에시’ 시리즈의 박 작가와 ‘오늘의 짤’을 만든 이주현(44) 작가를 만나 물었다.

B급 감성으로 억대 수입…스테디셀러 작가 2인방

지난 7월 출시된 ‘오두방정 늬에시’ 이모티콘. [박철연 작가 제공]

박철연 작가는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 주방용품회사에서 4년 동안 일하다 ‘부업’으로 이모티콘을 그리기 시작했다. 박 작가는 퇴근하고 자는 시간을 줄여 ‘늬에시 1탄’을 제작했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박 작가는 B급 감성 이모티콘과 항상 인기가 많은 귀여운 이모티콘 2개를 모두 준비했다. B급 감성의 ‘얄미운 도시 침팬지 바비’만 탈락했다. 박 작가는 “B급 이모티콘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불합격을 받으니 오히려 오기가 생겼다”며 “떨어진 침팬지 캐릭터를 발전시켜 ‘늬에시’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박 작가는 ‘얄미운 늬에시’를 시작으로 연이어 6개의 이모티콘을 출시했다. 늬에시 시리즈는 ‘밀리언셀러’ 이모티콘이다. 그는 이모티콘 제작에 집중하기 위해 퇴사, 4년째 전업작가로 활동 중이다. 박 작가는 “직장을 다니면서 경제적으로 항상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현재는) 경제적으로 더 여유로워졌고 제 이모티콘을 응원해주는 사람들도 많아 즐겁다”고 말했다.


이모티콘 ‘오늘의짤’ 시리즈를 제작한 이주현 작가.

‘오늘의 짤’을 그린 이주현 작가는 ‘삼성맨’ 출신이다. 약 10년 동안 삼성전자 UX(사용자 환경) 디자인 업무를 맡았다. 회사생활에 지루함을 느끼고 퇴사, 2년 동안 세계여행을 한 뒤 돌연 사업을 시작했다. UX 디자인회사 모(MOH!)다.

이모티콘을 그리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회사 직원들과 ‘뭔가 재미있는 것을 해보자’는 가벼운 마음에서 출발했다. 회사의 핵심 콘텐츠가 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모티콘을 그리기로 결정하자 아이디어가 샘솟았다. ‘틈새시장’을 노렸다. 그는 “제가 쓰기에 당시의 이모티콘들은 너무 귀여웠다”며 “B급 감성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해 작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 작가는 자신만의 ‘날것’을 만들었다. 단순한 신체에 감정표현이 강조된 얼굴을 가진 ‘짤군’이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사람인데 사람이 아닌 것 같은’ 그런 캐릭터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유행하는 이미지를 익살맞게 풀어내기에 최적이었다. 결과는 ‘대박’. 단숨에 2017년 최고 인기 이모티콘 4종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오늘의 짤’ 시리즈를 계기로 B급 정서의 상품군이 크게 확대됐다.

“이모티콘시장 여전히 성장 중”…고민보다 고(GO)!

오늘의짤 시리즈. [MOH! 제공]

그렇다면 ‘누구나’ 인기 이모티콘을 만들 수 있을까? 이 작가와 박 작가 모두 “그렇다”고 대답한다. 명확한 타깃과 차별화 지점만 있다면 이모티콘은 여전히 ‘대박 기회’가 될 수 있다.

이 작가는 “잘 그리는 것보다 잘 보이는 게 중요하다”며 “수천 개의 이모티콘 중 눈에 띄는 ‘하나’가 될 수 있는 ‘차별점’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가 보기에 형식, 색감, 재미, 메시지 등 차별화를 줄 수 있는 포인트는 무궁무진하다. 시대적 상황을 염두에 둔 아이디어도 도전해볼 만하다고 추천했다.

전반적인 아이디어를 결정한 다음에는 ‘디테일’에 신경 써야 한다. 이 작가는 “그림이 웃겨도 어떤 글씨가 배치되느냐에 따라 느낌이 완전히 달라진다”며 “그래픽, 모션, 메시지 3박자가 딱 맞아떨어져야 ‘성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 작가는 ‘도전정신’을 주문했다. 몇 번의 실패를 각오하고 ‘일단 그리기’부터 시작하라는 것. 이모티콘시장이 포화상태로 보이지만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박 작가는 “이모티콘 합격문이 좁아졌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있겠지만 최근 ‘이모티콘 플러스’ 구독상품 도입으로 새로운 사용자가 늘고 있다”며 “새로운 작가, 작품이 유입될 수 있는 시장이 열렸다. 미술 전공자나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부업·취미 삼아 도전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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