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탈의실에 몸 숨겼지만" 14세 소녀, LA경찰 총탄에 숨져
2021-12-29 17:39


크리스마스 옷을 사러 간 쇼핑몰에서 경찰이 쏜 총탄에 맞아 숨진 발렌티나 오레야나-페랄타(왼쪽), 총을 들고 용의자를 수색하는 경찰의 모습. [유튜브 캡처]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한 쇼핑몰에서 지난 23일(현지시간) 경찰이 쏜 총에 맞아 14세 소녀가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이 소녀는 성탄절 옷을 사러 쇼핑몰을 찾았다 변을 당했다. 사고 당시 경찰은 쇼핑몰에서 난동을 부린 용의자를 향해 세 발의 실탄을 쐈고, 그 중 하나가 탈의실에 어머니와 함께 몸을 숨겼던 소녀를 관통했다. LA경찰은 지난 27일 사고 당시 영상을 유튜브에 이례적으로 공개해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LAPD가 공개한 사고 당시 영상. 한 여성이 용의자의 폭행으로 바닥에 쓰러져 있고 탈의실 앞으로 도망친 용의자를 향해 경찰관이 세 발의 실탄을 쏘고 있다. [폭스11 캡처]

미 CNN, ABC방송 등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 경찰국(LAPD)은 지난 23일 오전 한 남성이 무기로 여성을 폭행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노스할리우드 지역에 있는 의류쇼핑몰에 출동했다. 경찰이 용의자를 사살하는 과정에서 칠레 출신 발렌티나 오레야나-페랄타(14)는 경찰이 쏜 총탄에 맞아 그 자리에서 숨졌다.


경찰관이 쏜 총에 맞아 쓰러진 용의자. [폭스11 캡처]

무고한 시민이 사망함에 따라 LAPD는 사건 발생 4일 후 35분 가량의 경찰 보디캠과 매장내 폐쇄회로(CC) TV 카메라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을 보면, 민소매와 반바지 차림의 20대 용의자가 자전거를 가지고 매장에 입장한다. 잠시 후 그는 입던 옷을 벗어 버리고 매장 내 점퍼를 입는 등 이상한 행동을 하다가 가게에 있던 컴퓨터를 부수고 여성을 폭행하기 시작한다.

경찰이 현장에 출동한 건 용의자가 세 번째 여성을 덮치고 있었을 때였다. 경찰의 보디캠에는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진 한 여성의 모습이 담겼고 경찰은 탈의실 앞으로 도망간 용의자를 좇아 총을 겨누고 세 발을 쐈다. 총성이 들린 뒤 용의자는 바닥에 쓰러졌다. 사건 이후 페랄타는 매장 탈의실에서 가슴에 총상을 입은 채 발견됐다.


용의자가 쓰러진 곳 바로 뒤에 탈의실이 보인다. [유튜브 캡처]

페랄타의 어머니는 28일 LAPD 본부 밖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딸과 함께 매장에서 크리스마스에 입을 옷을 쇼핑하던 중 비명소리를 듣고 몸을 숨겼다"며 긴박했던 사고 순간을 설명했다.

이어 "우린 앉아서 서로를 붙잡고 기도했다"며 사고 이후 "딸은 총을 맞고 바닥에 쓰러졌고 내 품에서 숨을 거뒀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며 "자녀가 품에서 죽는 것을 직접 보는 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큰 고통이다"고 비통해했다.


페랄타의 어머니가 28일(현지시간) LAPD 본부 밖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AP]

보도에 따르면, 페랄타의 가족은 약 6개월 전 칠레에서 미국으로 왔다. 로봇공학도를 꿈꿨던 페랄타는 미국에 온 지 얼마 안 됐음에도 새로운 학교에 다니며 우수한 학생으로 적응하고 있었다고 한다.

페랄타의 아버지는 "딸에게 여기를 떠나자고 했더니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 기회의 나라'라면서 오히려 날 말렸다"며 "이제 내 딸은 이 나라의 손에 죽었다"고 말했다.

페랄타의 삼촌은 "소녀의 아메리칸드림이 빼앗겼다"며 "세계 최고여야 할 경찰이 조카를 쐈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총기 사용에 신중치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직 볼티모어 경찰국 차장이었던 앤서니 바크스데일은 CNN에 "매장에서 총탄을 발사하게 되면 총알은 사람 몸을 쉽게 관통하고 벽도 뚫고 움직인다"며 "무력 행사는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시 용의자는 피해자나 경찰을 향해 다가오려고 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고 덧붙였다.

미셸 무어 LAPD 국장은 해당 사고와 관련해 유감을 표하며 완전하고 투명한 조사를 약속했다. 에릭 가세티 LA 시장도 사고에 대해 투명하고 책임감 있는 대응을 약속했다.

한편 당시 총을 쏜 경찰관은 최소 2주간의 유급 행정휴직을 떠난 상태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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