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새해 벽두부터 추가경정예산안(추경)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다. 거리두기 강화 연장에 따른 소상공인·자영업자의 피해를 대대적으로 선(先)지원해야 한다는 이재명 대선후보의 주문에 따른 것이다. 그간 추경 논의에서 한발 물러서 있던 국민의힘도 '민주당의 정부 설득'을 전제조건으로 달고 호응에 나섰다. '신년 추경'의 2월 임시국회 처리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임인년 새해 첫날인 1일 경남 양산시 통도사를 방문, 주지 현문 스님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해 12월 말 정부의 거리두기 강화조치가 연장되자마자 추경 추진을 공식화했다. 송영길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는 지난 1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신년 추경'의 필요성을 나란히 강조하며 야당의 협조를 촉구했다.
이재명 후보도 1일 부산신항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나 "완전한 선지원, 후(後)정산 방식을 통한 대대적이고 선제 지원이 필요하다"며 "추경 편성이 되기를 기원하고 저도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추경 규모를 최대 30조원까지 편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이 후보가 제시한 '최소 25조원' 보다 5조원가량 큰 규모다.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2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세수가 많이 걷힐 것이라 적자국채 발행은 생각보다 덜 할 수도 있다"며 "최대 30조원까지는 여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추경 속도전에 돌입한 민주당은 이르면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정부안을 만들고 야당 설득 작업까지 고려하면 이번 임시국회는 사실상 어렵다"며 "2월 임시국회를 어차피 소집할 텐데 빠르면 2월 15일 전에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여기에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당 지도부가 이날 추경 편성에 원칙적 공감을 표해 2월 추경 처리 가능성은 힘을 받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31일 오전 충북 단양군 구인사에서 열린 천태종 상월원각 대조사 탄신 110주년 봉축 법회 뒤 퇴장하며 신도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윤 후보는 이날 선대위 전체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저와 우리 당은 (민주당이) 문재인 대통령과 행정부를 설득해 추경안을 국회로 보내라(는 입장)"이라며 "일단 행정부를 맡은 여당에서 정부와 대통령을 설득해 추경안을 국회로 보내면 얼마든지 정밀하고 신속하게 논의할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영업자들이 지금 굉장히 힘들다. 그분들 피해 정도나 규모에 따라서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라고도 했다.
국민의힘 원내 핵심 관계자도 통화에서 "당장 소상공인 피해가 심각하기 때문에 신속하고 충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은 우리도 똑같은 입장"이라고 했다.
다만 추경 편성권을 쥔 정부가 그동안 난색을 보여온 만큼 논의가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다소 불투명해 보인다.
자칫 새해 초입부터 추경을 둘러싸고 당정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도 '당정 협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조건을 단 상황인 만큼 당정 간 불협화음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여야 논의 자체가 탄력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는 "일단 정부 편성안이 나와야 논의를 할 수 있다. 정부안도 없는데 얘기해 봐야 엉뚱한 논의밖에 더 되겠느냐"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거리두기 강화조치가 계속 연장될 경우 정부도 입장을 선회할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다. 실제 김부겸 국무총리는 전날 KBS 뉴스에 출연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피해가 집중됐다. 여러 가지 판단을 해야겠지만 이것(현재 손실보상액)이 부족하다고 한다면 그럴 때는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라고 언급, 여당 내에서는 정부가 추경 편성의 여지를 열어뒀다는 해석이 나왔다.
김 총리는 '추경에 동의하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이 문제는 자칫 선거 때에 선심성이라는 논란이 있을 수 있으니 이것은 국회에서…"라며 "여야가 '빚을 내서라도 이분들을 도웁시다'라고 한다면 논의가 빨리 진행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후보도 전날 "정부도 추경을 안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추경 규모와 내용을 갖고 다시 논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