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콘텐츠진흥원이 실시한 ‘2021 콘텐츠 이용피해 실태조사’에 따르면 ‘월 단위 자동결제로 피해를 봤다’는 응답이 32.2%를 기록해 2019년 조사 때의 30.3%보다 더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망고보드]

[헤럴드경제 김현일 기자] #1. 43세 남성 A씨는 모바일 게임을 이용하던 중 특정 서비스 광고를 보고 마음에 들어 눌렀다. 이후에도 똑같은 광고가 지속적으로 뜨자 A씨는 그때마다 눌렀다. 한 달 뒤 날벼락이 떨어졌다. 누를 때마다 자동결제가 돼 총 40만원이 빠져나간 것이다.

#2. 45세 남성 B씨는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를 이용하는 중학생 자녀 때문에 황당한 경험을 했다. 무료 체험 이벤트로 가입해 이용하는 줄 알았는데 무료 체험기간이 끝난 후 별도의 안내나 통보 없이 매달 결제가 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B씨는 보호자에게 어떠한 고지도 없어 돈이 빠져 나갔다며 허탈해 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여론조사기관 비욘드리서치를 통해 지난해 11~12월 만 14세 이상 65세 미만 2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1 콘텐츠 이용피해 실태조사’에 따르면 703명이 PC와 모바일을 통한 콘텐츠 이용 중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에서도 ‘월 단위 자동결제로 피해를 봤다’는 응답이 32.2%를 기록해 2019년 조사 때의 30.3%보다 오히려 더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자동결제는 사전에 자신의 카드정보 등 결제방법을 앱에 등록해두면 다음부터 간단하게 결제가 이뤄지는 시스템이다. 최근 영화, 음악, 게임 등 콘텐츠 플랫폼 전반에서 이용자들이 정기결제 형태로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빈도가 증가하면서 자동결제 관련 피해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넷플릭스 화면. 홍승희 기자

실제로 이용자들이 본인이 별도로 회사에 연락해 서비스 이용중단 의사를 전달하거나 해지하지 않으면 자동결제가 돼 금전적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피해조사에 응한 30대 여성 C씨는 “넷플릭스 무료 1개월 체험 프로모션을 신청한 뒤 3일 만에 1개월치 요금이 결제되는 피해가 발생했다”며 “어렵게 고객센터를 통해 항의했으나 ‘규정상 자동결제는 해지해도 결제가 요청된 요금에 대해서는 보상이 어렵다’는 응답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콘텐츠 플랫폼의 관행이 좀처럼 시정되지 않자 방송통신위원회는 최근 유튜브, 왓챠, 티빙, 웨이브 등 주요 모바일 앱 13개의 구독서비스 해지절차 점검에 나섰다. 그 결과 가입이나 결제는 앱 안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반면 ‘구독취소’ 또는 ‘해지’ 버튼은 찾기 어렵거나 없어 이용자들이 자동결제 피해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튜브 프리미엄은 1개월 무료 체험 서비스를 제공한 이후 요금을 청구한다. [유튜브 홈페이지]

방통위는 적시에 해지를 못해 발생하는 피해를 막기 위해 모바일 앱 내에도 해지 기능을 제대로 구현하도록 조치했다. 아울러 해지절차를 쉽게 알 수 있도록 안내하고, 해지하기까지 거쳐야 하는 복집한 단계를 최소화하도록 권고했다. 모바일 앱 개발사들도 올해 상반기 중 모바일 앱 내 해지 기능을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앱 개발사가 이용자에게 계속 이용할 지 묻는 문자나 푸쉬알림 기능을 적용하는 등 적극적인 이용자 보호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금처럼 선결제 방식이 아닌 ‘사용시간에 따른 후불결제 방식을 도입’하는 방안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