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시사] 야권 후보 단일화의 조건과 가능성은?
2022-01-12 11:24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지지율 급등세가 심상치 않다.

보통 제 3지대 후보들의 지지율은 미미한데, 안 후보 경우는 다르다. 이에 대해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부럽다’고 말했다는데, 심 후보의 지지율 정체는 후보 자신의 문제라기보다는 이념지형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한국갤럽이 월례 조사를 분석해 지난달 말에 발표한 ‘2021년 연간·월간 통합 여론조사’(2021년 1~12월, 만 18세 이상 4만7067명, 월평균 3922명을 대상으로 조사, 응답률 평균 15%,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월평균 ±1.6%P) 결과를 보면 전체 유권자 대비 보수의 비율은 평균 28%로, 진보에 5% 정도 앞서 있다. 반면 중도는 34%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선명한 이념의 진보정당 후보 지지율은 급상승하기 어렵다. 정치는 환경의 산물일 수는 있어도, 환경을 창출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반면 안 후보는 현재 대선 후보 중 가장 ‘중도’적 이미지가 강하다. CBS가 서던포스트에 의뢰한 여론조사(2022년 1월 7~8일,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 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안 후보로 야권 단일화가 이루어질 경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자 중 11.6%가 안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단일화될 경우 이 후보 지지자 중 윤 후보를 지지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는 안 후보가 다른 후보에 비해 중도적 이미지가 강하다는 의미다. 중도 이미지는 안 후보 지지율 급등의 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이 밖에 안 후보의 지지율 급등 요인으로 비교적 정치적 경륜도 많고, 의사이자 기업가 출신이기 때문에 코로나 시대가 요구하는 전문성도 나름대로 갖춘 정치인이자, ‘가족 리스크’도 없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런 이유라면 안 후보 지지율은 당분간 현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 후보 입지가 확고해질수록 국민의힘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야권 단일화의 필요성은 안 후보 지지율 상승과 비례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야권 단일화는 과연 이뤄질까? 만일 야권 단일화가 무산된다면 이번 대선에서 야권 승리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19대 대선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77.2% 투표율에서 41.08%를 득표했다. 이를 전체 유권자 대비로 환산하면 득표율은 31.7%다. 여론조사는 투표율을 고려하지 않고 전체 유권자 대비로 지지율을 계산한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이 후보 지지율을 평균 36% 정도로 가정하고 전체 유권자 대비가 아닌 투표율 75%를 적용하면, 대선에서 이 후보는 48% 정도의 득표를 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윤 후보든, 안 후보든 지지율 50%를 넘어 압도적이면 몰라도, 유력 야권 후보가 두 명이면 야권 승리는 어렵다는 얘기다. 결국 ‘야권 단일화’는 필수라고 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과연 두 후보는 이에 합의할 수 있을까?

단일화를 위한 조건을 생각해 보면, 안 후보 측은 정계 개편, 즉 정치권의 ‘헤쳐 모여’를 요구할 수 있다. 왜냐하면, 대선에서 일반 유권자들이 갖는 불안감, 즉 군소정당 후보가 대통령이 됐을 때 국정 운영을 걱정하는 측면을 불식시킬 방법은 정계 개편이 거의 유일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조건은 ‘공동 정권 구성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이미 언급되고 있다. 여기서 과거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이 그 모델이 될 수 있다. 지지자의 충성도는 과거 DJP 연합 때보다는 덜 할지 몰라도 중도층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야권 후보 단일화만 한 방법이 없다는 점을 기억하여야 한다.

절박성이 있다면 조건은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절박감’이 열쇠라는 뜻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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