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역사, 무산되면 필패 증명…‘진보’ 전유물에서 ‘보수’ 과제로[대선 D-54]
2022-01-14 10:3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연합]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제20대 대선이 5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2강 구도에 최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치고 올라오면서 야권 안팎에서 단일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1강’이 보이지 않는 ‘깜깜이 대선’ 상황에 여권에서도 안 후보를 둘러싼 단일화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4일 국민의힘에서는 현재까지 안 후보와의 단일화는 고려하지 않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당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먼저 단일화를 꺼낼 경우 백기투항한다는 인식이 강하다”라며 “단일화를 논의한다고 하더라도 2002년처럼 방식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 역시 “단일화는 없다”며 연일 선을 긋는 상태다. 그럼에도 ‘단일화’가 최대 뇌관으로 꼽히는 것은 최근 ‘이재명-윤석열-안철수 3자 구도’ 윤곽이 형성된 가운데 여전히 정권교체 여론이 정권재창출보다 높기 때문이다.

역대 대선에서도 후보 단일화 카드는 빼놓을 수 없는 화두였다. 반(反)정부 정서 속 실시된 대선을 제외하면 실제 역대 대선에서 단일화가 승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적도 많았다. 야권 단일화가 당선까지 이어진 사례는 1997년(김대중), 2002년(노무현) 대선이 꼽힌다. 1987년엔 야권 단일화가 무산돼 정권 교체가 이뤄지지 않았고, 2012년엔 단일화가 성사됐지만 야권이 패배했다.

6월 항쟁과 6·29 선언으로 직선제 선거가 실시된 1987년 제13대 대선은 대표적인 야권 단일화 실패 사례다. 마지막 순간까지 김영삼 통일민주당·김대중 평화민주당 후보에 대한 단일화 노력은 계속 됐지만 무산됐고, 민주화로 이뤄낸 첫 직선제 선거에서 군부 출신인 노태우 민주정의당 후보가 당선됐다.

2012년 제18대 대선 D-50에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선두로 문재인 민주통합당·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1강2중' 상태를 유지했다. 야권 후보 단일화가 최대 변수로 떠올랐지만 협상이 지지부진하면서 선두를 달리는 박 후보의 보수층 다지기 현상이 나타났다. 결국 안 후보는 선거를 26일 앞두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문 후보를 지지하며 사퇴했다. 양자 구도로 진행된 선거에서 박근혜 51.55%, 문재인 48.02%를 기록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헤럴드경제=이상섭 기자]

제15·16대 대선은 후보 단일화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1996년 재보궐선거에서 김대중(DJ) 새정치국민회의 후보와 김종필(JP) 자민련 후보가 연합공천에 성공하면서 ‘DJP 연합’에 힘을 받기 시작했다. 두 후보는 같은 해 11월3일 내각제 개헌에 합의하고 단일화에 성공했다. 여기에 한나라당 중심의 보수진영이 ‘이회창-이인제’로 분열했고, 그 결과 김대중 40.27%, 이회창 38.74%로 ‘DJP연합’이 승리했다.

2002년 대선은 삼파전이었다.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와 노무현 민주당 후보, 월드컵 4강 진출에 급부상한 정몽준 무소속 후보가 ‘1강2중’을 형성했다. 유력 대권 주자였던 이회창 후보에 맞서 정몽준, 노무현 후보가 포장마차에서 ‘소주 러브샷’을 나누는 상징적인 장면이 연출됐고, 후보 등록 이틀 전에 노 후보로 단일화에 성공했다. 이후 정 후보는 노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지만, 선거 결과는 노무현 48.9%, 이회창 46.6%였다.

제17·19대 대선은 반(反)정부 정서가 강했던 만큼 대세론이 선거결과까지 이어진 사례다. 반 노무현 정서가 강했던 2007년 대선에서는 선거 50일 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50%를 웃돌았다. 이 후보의 강세 속에서 정동영 열린민주당·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가 ‘반 이명박 연대’를 논의했지만, 선거 결과 이명박 48.67%, 정동영 26.14%로 이 후보가 압승했다.

헌정사 최초로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치러진 2017년 대선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강세 속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유승민 바른정당·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대결했다. 홍준표·안철수·유승민 후보에 단일화 요구가 있었으나 힘을 받지 못했고, 선거 결과 문재인 41.08%, 홍준표 24.03%, 안철수 21.41%로 문 후보가 압승했다.



silverpaper@heraldcorp.com



랭킹뉴스


COPYRIGHT ⓒ HERALD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