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르포]“윤석열이? 쫌…” “이재명이? 하이고!” “박통 메시지부터 보자”
2022-02-03 09:05


지난 1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 입구. [이원율 기자]

[헤럴드경제(대구)=이원율 기자] “고마 윤석열(국민의힘 대선 후보)이를 찍어야 할 것 같은데도…. 내가 쫌 깨운치는 않다.”

설 당일인 지난 1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 일대에서 일하고 있던 상인 이모(60대) 씨는 ‘누구를 찍을 생각인가’라는 물음에 거듭 “내는 잘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몇 차례 더 물어보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이 씨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어떻게 보는가’란 질문에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이고!(아이고)”라고 했다. 그는 “윤석열이가 돼도 경험도 없고 당은 힘도 없는데 잘할 수 있겠나. 걱정이 태산이다. 그렇다고 민주당? 이재명이? 이재명이도 말을 하도 바꾸는 것 같아서 믿음이 잘 안 간다”고 했다.

3월9일 대선을 한달여 앞두고 ‘보수 성지’로 꼽히는 대구 최대 전통시장인 서문시장의 민심은 정권교체로 기우는 분위기였다. 상인·주민들은 다만 정권교체 ‘맏형’이 된 윤 후보 자체를 놓곤 의구심을 적지 않게 표했지만 그가 보수정당 소속이라 마음을 더 주는 기류였다. 현 정권에 대한 비토 목소리도 상당했다. 이 후보의 이름도 종종 들렸다. “일머리는 있는 것 같다”는 등 이유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본 후 표를 결정하겠다는 이도 적지 않았다.

상인 이모(61·여) 씨는 대놓고 “윤석열이가 국민의힘이니까 눈길을 더 준다”고 했다. 그는 “윤석열이가 구의원을 해봤나, 국회의원을 해봤나. 찝찝하긴 한데, 어차피 정치는 혼자서 하는 게 아니다”며 “물가도 너무 올랐고, 김정은(북한)이가 매일 뭐 쏴재끼는 것도 보기 싫다. 국민의힘이 되면 그래도 좀 다르게 해보지 않겠나”라고 했다. 중구 남산동에 사는 주민 이종훈(30) 씨는 현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며 윤 후보에 힘을 싣겠다고 했다. 이씨는 “사려고 점 찍어둔 경산 아파트 값이 최근 2년새 폭등했다. 이 와중에 대출은 막혀 완전히 길을 잃었다”며 “큰 변수가 없다면 다짐한 대로 투표할 것”이라고 했다. 김성한(41) 씨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한 윤 후보가 공정·상식을 되살려줬으면 한다”고 했다. 다만, 이날 만난 사람들 중 상당수는 윤 후보 개인을 놓곤 아직 속마음이 복잡해보였다. 한 상인은 “강직한 건 알겠는데, 아직 감동을 보여준 게 없다 아이가. 장모니, 부인이니 말이 많은 것도 사실이고”라며 “토론 몇 번하면 어떤 사람인가 보이겠제. 나는 그때 최종적으로 정할란다”고 했다.

이 후보를 거론하는 이도 있었다. 윤 후보와 반대로 “민주당이지만, 이재명이니까 관심을 더 준다”는 식이었다. 상인 임모(58) 씨는 “이재명이가 시장도 하고, 도지사도 했다”며 “그래도 마음 먹은 일은 딱 밀어붙이는 것 보니까, 행정에는 훨씬 더 훤하겠더라”고 했다. 한 주민은 “이재명이 고향이 경북(안동) 아이가. 고향 어른들한테도 잘하는 것 같고”라며 “동향 사람에게 눈길 한 번 더 가는 건 어쩔 수가 없다”고 했다. 이 후보와 민주당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상당했다. 50대 주민 조모 씨는 “이 후보는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적인 면이 솔직히 무섭다. 예측할 수 없는 사람 같다”며 “대장동이니 구설수도 계속 들린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은 “민주당이 정권 잡고 뭐 나아진 게 있느냐”며 “민주당이니, 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이니 똑같지만, 이번에는 매를 들어야 한다”고 했다.


대구 중구 서문시장. 설 당일이었던 지난 1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에는 평소보다 적은 시민이 찾아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다. [이원율 기자]

‘자기 표’가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고향답게, 그의 메시지를 보고 뜻을 정할 것이라는 이가 상당한 점도 주목됐다. 이날 몇몇은 윤 후보가 검사 시절 박 전 대통령을 수사한 일을 꺼내며 “우리 박통(박 전 대통령)이 고생했다”고 안쓰러워했다. 그렇다고 당장 이 후보에게 힘을 실을 뜻은 아닌 모습이었다. 이들은 “박통이 퇴원 후 꺼낼 말을 들어보겠다”고 했다.

“지역 논리는 옛말”이라고 대답하는 상인·주민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경제 공약’을 판단 기준으로 거론했다. 대구에서 55년을 산 이모 씨는 “아들은 겨우 취업했는데 얻어 살 집이 없다. 딸은 얼마 전에 경기가 나빠서 일도 그만두고 다시 이력서 내고 있다 안카나. 부모 입장에선 속이 까맣게 타들어간다”며 “진보니, 보수니 뭐가 중요하노. 나는 우리 아들, 딸 웃게 해줄 사람 뽑을란다”고 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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