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화성-12형 발사, 모라토리엄 파기인가? 아직 유지인가?
2022-02-03 10:32


북한이 지난달 30일 중장거리탄도미사일이라고 주장한 ‘화성-12형’을 발사한 가운데 핵실험과 중장거리·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유예 파기인지, 아니면 아직 유지하는 단계인지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북한 관영매체가 공개한 화성-12형이 찍은 지구 사진. [평양 노동신문=뉴스1]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북한이 지난달 30일 발사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을 놓고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모라토리엄(유예) 파기인지, 아니면 아직 유지인지 해석이 분분하다. 북한이 이미 모라토리엄 철회를 시사한 상황에서 2017년 11월 ICBM ‘화성-15형’ 발사 이후 최대 무력시위인 화성-12형 발사의 성격을 놓고 진단이 엇갈리고 있다.

일단 한국과 미국은 북한이 아직까지는 모라토리엄을 파기하지 않았다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화성-12형 발사 당일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 전체회의에서 “IRBM 발사라면 모라토리엄 선언을 파기하는 근처까지 다가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게 대표적이다. 모라토리엄 파기에 접근하긴 했지만 여전히 ‘레드라인’을 넘진 않았다는 인식이다.

미 국무부와 국방부도 북한의 화성-12형 발사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으로 규탄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모라토리엄 파기로 규정하지는 않았다. 다만 미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앞서 단거리탄도미사일 때와 달리 북한에 안정을 해치는 추가 행위를 삼가라는 경고를 더했다. 이번에 최대고각으로 발사해 정점고도 2000㎞를 찍고 약 800㎞를 날아간 화성-12형이 정상각도로 쏠 경우 최대사거리 5000㎞에 달해 평양에서 약 3400㎞ 떨어진 괌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데다 추가 ICBM 시험발사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달리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북한의 화성-12형 발사에 대해 “규탄한다”면서 “북한이 선언한 이런 종류의 발사에 대한 모라토리엄 위반이자 명백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규정했다. 구테흐스 총장이 모라토리엄 위반으로 판단한 구체적인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만큼 북한의 도발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는 의미로 보인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북한의 모라토리엄 파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미가 화성-12형을 중거리탄도미사일로 간주하는 것과 달리 북한은 ‘중장거리탄도미사일’로 정의하고 있는데다, 북한의 모라토리엄 선언은 핵과 ICBM 뿐 아니라 중장거리탄도미사일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2018년 4월 20일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이제는 우리에게 그 어떤 핵시험과 중장거리, 대륙간탄도로켓 시험발사도 필요 없게 됐다”며 모라토리엄 대상으로 핵·ICBM과 중장거리탄도미사일까지 함께 거론한 바 있다.

다만 북한의 모라토리엄 파기 선언은 보다 직접적 형태로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북한이 모라토리엄을 선언할 때 당 중앙위 전원회의라는 공식절차를 밟은 만큼 이를 철회할 때도 같은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현재 북한은 지난달 19일 김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당 정치국 회의에서 제기한 핵실험·ICBM 시험 모라토리엄을 의미하는 신뢰구축 조치 전면재고와 잠정중지 활동 재가동 문제를 검토하는 단계라 할 수 있다. 북한이 끝내 모라토리엄을 깬다면 당 중앙군사위원회 등에서 실무 논의를 거쳐 다시 당 정치국회의나 전원회의를 소집해 최종결정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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